[시론/김준기]공기업 개혁 핵심은 통폐합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개혁에 자신 없는 공기업 기관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4월 18일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점검회의에서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하면서 한 말이다. 이후 공기업에 대한 개혁 수위를 고민하던 기획재정부는 주요 공기업 및 기관장 경영평가 결과를 19일 발표하면서 성적이 부진한 4명의 기관장에게는 해임건의, 17명의 기관장에게는 경고조치했다. 정부는 인사조치 이외에도 경영평가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등 공기업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중요한 국정 과제에 새 동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노사-주무부처가 구조조정 반대

과거 임기가 보장된 공기업 경영진에는 기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보다는 ‘좋은 게 좋은 식’으로 정부 눈치를 보며 노조와 타협하면서 이해집단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한 생존전략이었다. 정부도 공기업 성과를 강력하게 관리하지 못하다 보니 경영평가제도가 도입된 1984년 이후 해임된 기관장은 한 명에 불과했다. 열심히 노력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경영진과 그렇지 못한 경영진을 구분하여 상벌을 주는 가장 기본적인 인사상의 원칙조차 고수하지 못했고, 오히려 공기업 경영진의 임명과 이들의 기관운영 과정에서 각종 비리와 비효율적 행태가 난무했다.

공기업 개혁이 중요한 국정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개혁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강성노조의 반대, 그리고 이런 기류에 편승하는 주무부처와 이해집단의 ‘삼각편대의 힘’ 때문이다. 국민이 주인이 아니라 노조가 주인이 된 공기업과 이를 통제하지 못한 경영진, 그리고 이들을 편리한 정책 수단으로 유지하고 싶었던 주무부처가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앞장서서 반대했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강력한 개혁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공기업의 역할과 입지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성공적인 공기업 구조조정 및 민영화 모델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민영화가 곧 요금인상’이라는 막연한 우려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공기업 개혁이 국민 부담의 감소와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확실한 연결고리를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KT와 포스코의 민영화를 통해 비용을 낮추고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초기의 개혁 대상은 구조조정과 민영화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분야여야 한다.

민영화 등 통해 국민부담 덜어야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공기업의 인위적인 인사·재무상의 구조조정보다는 근본적인 사업영역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공기업에서 핵심 사업과 관련성이 적고 다른 기관과 중복되는 사업을 통폐합하고 민간이 더 잘할 사업을 가려내서 궁극적으로 이들을 민영화하는 일이 구조조정의 핵심이 돼야 한다.

공기업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국민이 부담한다. 인천대 옥동석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공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매년 20조 원에 이른다. 공기업의 통폐합과 민영화를 통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한다면 국민 부담이 줄어든다.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공기업 개혁과 같이 중대한 국정과제를 체계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나라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지속적인 정책 실패와 글로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점차 가라앉을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 개혁을 조속히, 그러나 좀 더 면밀하게 실행할 지혜와 합심을 발휘해야 한다.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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