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국회 버리면 결국 민심 잃는다

  • 입력 2009년 6월 15일 02시 59분


어제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선진창조모임(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 문국현 원내대표 간에 열린 6월 임시국회 개원 협상에서 민주당은 ‘5대 선결조건’을 내세우며 등원을 거부했다. 이 원내대표는 “본격적인 개원 협상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15∼18일)한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 여당 측이 깐깐한 것 같다”고 핑계를 댔다. 국회법상 당연히 1일에 열렸어야 할 임시국회를 개회조차 못하게 만들어놓고는 장기적 파행의 책임을 슬쩍 떠넘기는 술수다.

민주당이 내건 5대 선결조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과 및 책임자 처벌, 천신일 한상률 특검, 노 전 대통령 과잉수사 의혹 국정조사, 국회 내 검찰개혁특위 설치 등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정치보복 때문이라고 인정하고 ‘항복 선언’을 하기 전에는 국회를 열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정조사 요구는 640만 달러 불법자금 수수라는 노 전 대통령의 비리혐의 수사를 ‘정권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해 이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의도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특검 요구는 지난 대선 때의 이명박 후보 선거자금 문제를 어떻게든 정치 쟁점화해 현 정권을 괴롭히겠다는 속셈을 깔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은 국회를 내팽개친 채 10일 서울광장의 ‘6·10 범국민대회’에 이어 어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15 기념행사에 대거 참석했다. 정 대표는 “우리 모두 하나가 돼 서울광장을 열었듯 6·15남북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이명박 대통령이 존중한다는 확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도록 똘똘 뭉쳐 확실히 압력을 넣자”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조문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강경론에 파묻히고 있다.

국회에는 지금 비정규직 법안과 미디어 관계법안을 비롯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경제 법안이 쌓여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도 아랑곳 않고 도발 위협을 더욱 높여가는 북한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 흥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따질 게 있고, 요구할 게 있다면 국회에 들어가서 할 일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 문제도 법사위를 열어 따지면 된다.

민주당이 ‘서거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느라 국회와 민생을 계속 외면하면 일시적으로 오른 당 지지율이 거품처럼 꺼지고, 분노한 민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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