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 처리’ 조사 결과와 법적 판단에 따를 일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제 밤 12시를 넘기며 대검 중앙수사부 특별조사실에서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그는 혐의 사실을 대체로 부인하거나 “기억에 없다”고 짧게 답변했으나 유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사의 신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검찰이 조사 결과와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쏠려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을 떠날 때 무거운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간단히 말한 뒤 버스에 올랐다. 골목 입구에 늘어선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노무현”을 연호하면서 가는 길에 노란 장미 꽃잎을 뿌리고 노란 풍선을 흔들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침통했다. 대검 정문 입구에서도 노란 풍선을 든 노사모 회원들의 격려를 받았으나 수백 명의 취재진 앞에서는 “면목 없습니다”라고만 한 뒤 입을 다물었다.

전직 대통령의 ‘무너진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본 국민의 마음은 착잡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이렇게 낮은 자세를 보인 적은 없었다. 권좌에서 물러난 지 1년여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그의 심경도 복잡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구내에서 전달받은 100만 달러, 조카사위 계좌로 들어간 500만 달러,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빼돌린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 원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서면답변서대로 사용처를 밝히지 않았다. 500만 달러 부분에 대해서도 퇴임 후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주요한 혐의 사실을 부인하자 부인 권양숙 씨를 재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조만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사실을 확정하고 법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가 신인도(信認度)를 고려해 전직 대통령의 구속은 피해야 한다거나 불구속 기소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생계형 범죄’에 지나지 않는다든가, 아예 기소하지 말고 깨끗이 잊어버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검찰의 법적 결정이 감상적 논란이나 정치적 주장에 좌우될 수는 없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에 입각해 오로지 조사 결과와 법적 판단에 따라 국민이 승복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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