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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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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대책은 역대 정부마다 내놓았던 단골 메뉴다. 정권들은 ‘이번만큼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번번이 ‘부도수표’에 그치고 말았다. 오히려 사교육비 규모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중산층의 허리띠를 죄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사교육과의 전쟁’이라는 말을 써가며 ‘전사(戰死)를 하는 한이 있어도 처절하게 밀어붙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국민은 정부 대책에 여러 번 실망한 경험이 있어 기대치가 별로 높지 않다.
일부 공개된 대책들은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학원 교습시간 제한’ 방안만 해도 그 많은 학원을 일일이 단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과외의 음성화를 부추겨 사교육비 지출만 더 늘릴 수 있다. 대안으로 제시된 ‘방과 후 학교’는 학원을 학교 안으로 옮겨 놓는 것에 불과하다. 임시변통은 될지 몰라도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대낮 수업에 학생들이 졸고 있는 ‘교실 붕괴’ 현상부터 바로잡아야 공교육 정상화로 이어져 사교육 대책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입시제도 손질 역시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가 입시 규제를 가하면 다른 쪽에서 사교육 시장이 새로 형성되는 ‘풍선 효과’를 여러 차례 겪었다. 사교육 업체는 변화된 입시 체제에서 기민하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고 학부모는 학원의 말을 더 믿는다. 결국 정부가 뒷북만 치는 실패가 반복됐다. 더욱이 입시에 대한 지나친 개입은 대학 교육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
정부는 2, 3주 후로 예정된 최종 대책 발표에 앞서 역대 정권의 사교육 대책들이 왜 실패했는지 그 원인을 찬찬히 짚어 봐야 할 것이다. 정부가 규제의 몽둥이를 휘둘러 사교육을 누르는 방식은 필패(必敗)로 끝났다. 교원평가제를 도입해 교직사회의 무사안일 풍토를 개선하고, 학교에 대한 예산지원 확대, 학교 유형 다양화 같은 공교육 경쟁력 강화 정책이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정부가 내실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이번에도 역대 정권의 실패를 답습하는 데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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