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27이 묘한 수. 좀 깊게 들어간 듯한데 백이 당장 공격하기 쉽지 않다. 수비를 하려고 해도 뒷맛 좋게 정리하는 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목 9단은 백 128로 두텁게 뻗어둔다. 이렇게 두면 흑이 둔갑술을 펼치려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물러서면 ‘흔들기의 달인’이라고 할 수 없다. 흑 131은 버티기. 참고도 흑 1은 온건하지만 백 2로 지키면 싱거운 결과. 이어 흑 135∼139의 수순으로 일단 백 중앙 일단을 끊는다.
흑 141이 놓이자 검토실에서 “과연 이세돌”이라는 감탄이 나왔다. 수가 성립하느냐를 떠나 ‘꼬투리’를 마련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흑 141은 흑이 무리한 듯 보이지만 수를 읽으면 읽을수록 흑의 탄력이 만만하지 않다. 결전을 앞두고 사방이 조용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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