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죠]한국투자증권 김헌조 씨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12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 신입사원 김헌조 씨. 그는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워 준비한 것이 합격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12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 신입사원 김헌조 씨. 그는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워 준비한 것이 합격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대학 때부터 ‘증권회사 입사’ 한우물

교환학생도, 인턴도 관련된 곳 골라”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신입사원 입사 경쟁률은 120 대 1이었다. ‘바늘구멍 뚫기’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높은 비율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 회사 기업금융본부(당시 IB본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김헌조 씨(26·고려대 경영학부 졸업)는 “경쟁률이 높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3학년 때부터 증권사 입사를, 4학년 때부터는 구체적으로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를 목표로 준비한 덕에 서류전형과 이후 3차례의 면접 관문을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주위에 막연히 금융권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가 많다”며 “금융회사마다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어떤 회사의,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목표를 세우고 이에 맞는 경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체적 목표 세우고 준비

김 씨는 대학 3학년이던 2007년부터 고려대 가치투자동아리 ‘리스크’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종목 관련 토론을 하는 동아리였지만, 한 번의 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매주 3, 4일 저녁을 할애했다.

대학생끼리 돈을 모아 투자하다 보니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형 가치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업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직접 돈을 굴려보면서 ‘증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증권업에 관심을 갖다 보니 한국투자증권이 중소형사 기업공개(IPO)에 강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IPO 이후 꾸준히 고객사와 관계를 유지하는 ‘네트워킹’을 잘한다는 사실도 접했다. 그는 면접 때 이러한 내용들을 말했고 면접관들로부터 ‘한국투자증권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씨는 2007년 2학기에는 독일의 경영학 전문 대학인 WHU 코블렌츠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다른 나라의 대학에 갈 수도 있었지만 그는 재무학으로 유명한 이곳을 택했다. 그는 “재학생 400명 중 100명이 교환학생인데 한국인은 내가 유일했다”며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세계 각국의 금융시스템에 대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 여름방학 때는 국내 한 증권사의 베트남 지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본사영업 리서치 지점영업 등 본부별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회장단 면접인 3차 면접을 제외한 1, 2차 면접에는 각 본부의 실무진과 임원진이 면접관으로 참여한다. 기업금융본부 신입사원은 기업금융본부 임원진이 직접 뽑는 만큼 ‘해당 부서에 대한 열정’이 주요 평가요소로 작용한다.

○ ‘나만의 강점’ 내세워

김 씨의 학점은 4.5 만점에 3.85, 토익점수는 870점이다. 토익점수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고득점도 아니다. 금융권 입사자들이 흔히 갖고 있는 금융 관련 자격증도 없다.

김 씨는 “영어점수와 자격증이 꼭 필요한 ‘스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학 시절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재무 관련 수업을 많이 듣고 좋은 학점을 유지하는 등 다른 강점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많은 금융권 입사 희망자가 금융업, 특히 투자은행(IB) 업무의 성장성에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김 씨는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이때가 오히려 한국투자증권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고 지금이야말로 증권사에 입사할 때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합격요인

―대학 시절부터 한국투자증권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인상을 줬고, IB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었음.

―면접장에서 본인의 가치관과 지원 동기를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했음.

―대학 시절 인턴 경험과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태도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음.

―영어 점수가 아주 높지는 않았지만, 학부 졸업생으로서 필요한 여러 능력을 골고루 갖췄다고 판단됐음.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한국투자증권은 어떤 회사▼

자산규모 11조-직원 2500명… ‘열정-도전정신’ 중시

한국투자증권은 2008년 9월 말 현재 자산규모 11조9106억 원, 124개 지점과 25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국내 대형 증권사 가운데 하나다.

2008년 영업이익 가운데 브로커리지 수익이 32%,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 수익이 각각 24%, 22%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열정과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로 매년 9월경 50∼1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신입사원은 △서류전형 △실무진 면접 △임원진 면접 △회장단 면접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실무진 면접에서는 증권업 실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고 임원, 회장단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인성을 주로 평가한다. 면접 과정에서는 열정과 도전 의식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며 회사에 대한 관심도, 입사 후 포부 등도 채용 담당자의 관심 사항이다.

인사부 손해원 차장은 “입사 지원서에 지원 동기와 포부가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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