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판사는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사법권 독립의 핵심이다. 대법원장과 법원장이라 하더라도 구체적 재판에 관해서는 개입할 수 없다. 신 전 법원장이 촛불시위의 쟁점 중 하나인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집시법 제10조)의 위헌 여부에 대해 자신과 대법원장 및 헌법재판소의 견해가 같은 것처럼 비칠 수 있게 한 대목은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와 중요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으로서는 재판의 공정성에 못지않게 신속성도 중요하다. 신 대법관은 당시 박모 판사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재에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한 뒤여서 다른 판사들에게 촛불시위 사건 재판을 미루지 말고 통상 절차에 따라 진행하도록 당부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신속한 재판을 독려한 것 자체만으로는 사법행정에 관한 법원장의 감독권한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촛불시위 사건을 양형(量刑)의 통일을 위해 한 재판부에만 배당했다가 “사건 배당에 문제가 있다”는 형사단독 판사들의 항의를 받고 나누어 배당했다. 대법원 예규에 따르더라도 관련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집중 배당하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일부 재판부가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하고 사건 처리를 유보하면서 다른 재판부의 사건 처리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자 신 전 법원장은 촛불 재판의 전반적인 지연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법관의 독립성이 침해돼선 안 되지만 사건의 배당, 양형의 통일, 재판의 신속한 진행 독려는 사법행정에 속한 사항이다. 신 전 법원장의 e메일이 단순히 사법행정 절차에 따른 것인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인지는 대법원의 진상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것이다. 다만 이 사건이 정파 간 싸움으로 확대되거나, 사법부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