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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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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초 저금리 시대에 갈 곳 없는 돈이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작은 투기장을 연출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최근 정부가 외치고 있는 소위 녹색성장 산업과 관련된 종목들이 급등하고 있다.
방향은 맞지만 어느 세월에 돈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가부터 먼저 치솟은 모양새가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기업 육성 정책으로 코스닥시장의 거대한 버블이 형성됐던 때의 초기 증상과 같다는 진단도 나온다.
사실 투기와 투자의 경계선을 명확히 구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자본주의 역사 자체가 투기의 역사인지도 모른다. 실크로드는 수십 배의 이문을 노린 투기 본색이 만든 인류 최초의 경이로운 무역로다. 또 인도의 향신료가 수백 배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면 서양인들이 목숨 걸고 항해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고, 그들이 항해에 나서지 않았다면 역사의 방향을 바꾼 대항해 시대의 개막은 없었을 것이다.
이후 19세기 중반 철도와 전신, 전화 회사 투기가 교통과 통신 혁명을 가져왔다. 또 20세기 초 자동차, 비행기 회사 설립 붐은 막대한 이익을 쫓은 투기자본이 원동력이 됐다.
물론 투기는 많은 피해자를 낳는다. 성공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경쟁과정에서 도태된다. 하지만 그것이 자본주의 진화의 불가피한 요소다. 닷컴 버블이 붕괴된 잔해 속에서 구글이 탄생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그래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경제성장의 새 동력을 창출한다. 특히 줄기세포나 유전공학, 친환경 산업은 정부의 지원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자본시장에서 돈이 흘러들어가야 한다. 이들 기업이 가능성 있는 기술 하나만 가지고 수백억, 수천억 원을 조달할 수 있을 때 돌파구가 열린다.
모두가 소비를 줄이고 3%대 금리에도 안전한 곳으로 돈이 모이는 지금 같은 경제위기 속에서는 누군가 ‘투기’를 해야 한다. 심지어 부동산 투기도 지금은 좋은 일이다. 땅과 집이 팔리고 돈이 돌면 소비가 늘고 기업이 돌아간다. 투기도 탐욕처럼 때로는 좋은 것이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