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 정부와 한나라당의 속도전, 누가 하고 있나

  • 입력 2009년 2월 18일 02시 58분


국무총리실은 어제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950개 세부 과제 가운데 지난해까지 205개를 완료했다”면서 “신규 추가(48개), 지속 추진(4개), 통합 및 삭제(13개) 작업을 거쳐 2월 현재 784개 세부과제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총리실의 설명은 지난 1년간 이 정부가 나름대로 일을 할 만큼 했다는 자평으로 들린다. 그러나 정부가 강조한 ‘속도전’에 비춰보거나 일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평가가 무색해 보인다.

속도전은 이명박 정부를 상징하는 키워드였다. 단순히 국정과제 달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시간적 의미를 넘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경제 살리기와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쇠고기 촛불시위’ 속에서 이 용어는 곧 사라졌다. 이 대통령은 작년 8월 “지난 6개월은 워밍업 기간이었다”면서 다시 속도전에 나설 것임을 밝혔고, 청와대는 12월 초 재정의 조기 집행을 위해 속도전을 펼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더뎠다. 정부가 가장 중점을 뒀던 경제 분야 과제 가운데 감세만 그런대로 추진됐을 뿐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 개혁은 그다지 성과가 없었다. 기업 구조조정과 신용경색을 풀기 위한 은행의 대출 확대도 지지부진하다. 속도전과 ‘경제 살리기’ 구호가 공허할 정도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작년 12월 ‘법안 전쟁’이란 말까지 해가며 경제 살리기와 국정 개혁에 필요한 중점 법안들을 조기에 처리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연말까지 이 법안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 서두르면서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태평스러운 모습이다. 속도전이 아니라 타고 가는 승용차에 후진기어라도 넣은 듯이 야당에 양보만 거듭하고 있다.

물론 경제위기에 따른 대내외 환경 변화와 야당의 뒷다리 잡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국정 운영주체로서 그 정도 어려움은 각오하고 속도전이니, 전쟁이니 하는 말도 했어야 한다. 말이 앞서고 이내 흐지부지되는 현상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불분명한 목표 의식, 의지박약, 전략 부재 탓이 크다. 건성으로 외치는 구호로 일이 되게 하기는 애당초 어렵다. 매사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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