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소장의 금융 교실]한국인 단기투자 치중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금융투자교육 미흡 탓

몇 년 전에 미국과 일본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자산운용에 관한 의식조사를 했습니다. 두 나라의 조사 결과에서 흥미 있는 차이가 발견됐죠.

첫 번째 질문은 ‘은행 예금처럼 금리가 확정되어 있는 저축상품은 장기간 보유하고 주식이나 펀드처럼 수익률 변동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상품은 단기간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을 놓고 미국의 응답자들은 40% 정도만 ‘그렇다’고 답한 반면 일본 응답자들은 70% 이상이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주식이나 펀드처럼 수익률 변동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상품은 장기로 보유해야 하며 은행예금처럼 금리가 확정되어 있는 저축상품은 단기운용에 적합하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응답자들은 절반 이상이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일본 응답자 중에서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은 30%도 되지 않았습니다.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는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현대 투자이론입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은 합리적인 투자자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반면 일본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자산운용에 대한 두 나라 국민의 인식 차는 각 가정에서 보유한 현금 예금 주식 채권 펀드 보험 연금 등과 같은 가계 금융자산의 구성 비율에도 반영돼 있습니다. 미국의 가계 금융자산에서 차지하고 있는 투자상품의 비율은 70%가 넘지만 일본은 4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금융환경 등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30년이 넘는 투자교육의 역사를 지닌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년 전부터 일본의 학교와 사회 교육기관에서 금융 투자교육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차이를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자산운용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는 아직 본 일이 없습니다만, 조사를 한다면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상품은 장기로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의 비율이 일본과 비슷한 정도로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기 주가전망을 근거로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많은 이유도 투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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