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기자의 digi談]전화도 TV도 다 삼킨 인터넷의 힘

  • 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7분


인터넷 표준을 정하는 민간 국제기구인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의 회의를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표준을 정하는 이들의 회의 방식은 색달랐습니다.

참가자들은 인터넷 기술 방식에 관한 의견을 각자 자유롭게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또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의견을 꾸준히 청취했죠. 그 자리에서 결정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모두의 의견을 계속 청취하다 보면 가장 좋은 방식이 무엇인지 참가자의 의견이 저절로 모아진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었습니다. 이것이 발전 속도는 좀 늦어지더라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터넷의 표준을 만드는 원칙이었습니다.

덕분에 인터넷은 전 세계 어디서나 낮은 비용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통의 플랫폼(서비스 환경)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전 세계 공통의 표준을 만들려다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보면 인터넷이 얼마나 값진 발명품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전 세계에 통용되는 단일 표준의 힘은 최근 방송 통신 분야의 모든 서비스가 인터넷의 접속 규약인 ‘인터넷 프로토콜(IP)’을 따르게 하는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기존의 유선전화는 인터넷전화(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로, 기존의 TV는 인터넷TV(IPTV)로 전환되는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차세대(4G) 이동통신에서도 똑같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방송과 통신을 인터넷이 흡수하는 현상이죠.

인터넷전화가 대중화되면 국가 간 장벽이 없는 인터넷에서처럼 시외전화나 국제전화를 굳이 구분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국제전화 요금이 더 비쌀 이유도 없어지죠. 미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불편 없이 전화를 걸고 받을 수도 있게 됩니다. 이사는 물론 이민을 가도 전화번호를 바꿀 필요가 없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넷TV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의 방송을 국내에서 손쉽게 볼 수 있고, 방송 시간의 제약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기존 방송사들이 누렸던 채널(주파수) 독점의 특혜도 사라지게 됩니다.

이런 큰 흐름은 앞으로 방송 통신 분야의 제도와 소비자들의 이용 문화를 조금씩 바꿔 놓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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