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밥 굶는 학생 급증이 걱정되는 이 겨울

  • 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이번 겨울에는 경제 위기의 찬바람까지 불어 닥쳐 배고프고 추위에 떠는 학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결식 학생들은 학기 중에는 무료 학교급식을 통해 급우들과 어울려 점심식사를 할 수 있지만 학교가 문을 닫는 방학이 되면 각자 해결해야 한다. 이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나서고 있으나 도움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거나, 어린 마음이 입을 상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인 행정을 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육당국은 학기 중에 초중고교생 61만 명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29만5000명, ‘편(偏)부모 가정’ 자녀 14만2000명, 차상위 계층 자녀 16만3000명이 대부분이다. 방학이 오면 끼니를 걱정하는 학생 명단이 학교에서 지자체로 넘어가지만 담당 공무원의 ‘식사 제공’ 제의에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사양하는 학생이 많다. 그래서 방학 중에 급식지원을 받는 학생은 학기 중의 절반인 29만 명에 그치고 있다.

지자체의 대응은 허점투성이다. 지자체들은 대부분 식당과 계약해 밥을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식당에 가면 결식 학생임이 드러나기 때문에 쿠폰 이용을 꺼린다. 감수성 예민한 학생들이 차라리 배고픈 쪽을 택하는 것이다. 음식값이 크게 올랐으나 쿠폰 액수는 3000원에 그대로 머물러 먹을 만한 식사가 제공될지 의문이다. 지자체가 대상 학생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정말 도움이 절실한 학생들이 누락되기도 한다.

결식 학생을 돌보는 일에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정부 내에서 담당 부처가 다르다고 서로 미룰 일이 아니다. ‘밥 굶는 학생’들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하는 무심한 행정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주변 사람들의 따뜻하고 진실한 마음이 결식 학생들에게 전달돼야만 이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찬바람이 거센 겨울의 초입에서 우리 모두 결식 학생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그들이 꿈과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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