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남북회담을 선전놀음의 場만들 생각 말라

  • 입력 2008년 9월 29일 02시 59분


북한은 지난주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제의하면서 의제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제의한 군사실무회담인데 회담을 생산적으로 이끌겠다는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남북한이 짧은 회담 시간에 작은 성과라도 거두려면 의제를 미리 정해놓고 충실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북이 8개월 만에 재개되는 군사실무회담에서 의제를 사전에 제시하지 않은 꿍꿍이속이 궁금하다.

남북관계가 꼬인 것은 회담이나 합의가 모자라서가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이 2차례나 열렸고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대화가 여러 단계에서 이뤄졌지만 남북화해와 북핵사태는 큰 진전이 없었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존중하고 합의를 성실히 이행했다면 지금쯤 한반도는 핵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 남북이 손잡고 공존공영을 추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대화와 합의가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진 데는 북이 남북회담을 선전놀음의 장(場)으로 이용한 탓이 크다. 북은 유리할 때만 대화에 나서 필요한 것만 챙기는 ‘치고 빠지기 전략’으로 일관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자세도 남북대화를 왜곡시켰다. 북의 권력자들 앞에서 만나준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는 모습을 보여 북을 오만방자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 북의 선전과 근거 없는 비방이나 듣고 돌아서는 회담에 국민은 지쳤다.

북은 올 3월과 5월 서해안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7월 금강산에서는 북한 초병이 우리 여성 관광객을 조준 사살해 놓고도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 경비정은 올해 들어 7차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정부는 북이 군사실무회담을 일방적 선전 무대로 이용하는 데 들러리를 서지 말고 당당히 할 말을 하고, 요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최대 군사현안인 금강산 사건을 제기해 북한 군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비정상적인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려면 남북대화 방식부터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북한이 대령급 회담 제의를 무슨 시혜(施惠)처럼 떠벌린다면 그 허황된 착각을 바로잡아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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