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재락]현대차 노사관계 ‘명품’ 만들 수 없을까

현대자동차의 올해 임금협상이 26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4.49%의 찬성으로 최종 타결됐다. 상견례(5월 29일) 이후 4개월 만이다.

노사는 내년 9월부터(전주공장은 내년 1월) 주간 2교대제를 실시하기로 해 심야근무를 없앴고, 공장 간 물량이동이 가능하도록 실마리를 마련한 점 등을 이번 협상의 성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노사 모두 어느 해보다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먼저 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는 ‘노노갈등’이라는 오랜 치부(恥部)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냈다.

노사 교섭 대표들이 지난달 18일 협상에서 의견접근을 봤기에 다음 날 잠정 합의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다음 날 반대파 대의원 등 80여 명이 노조 측 교섭 대표의 협상장 진입을 막아 결국 협상을 무산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2일 마련된 잠정합의안도 반대파 때문에 4일 투표에서 부결됐다.

윤해모 지부장 등 간부 6명도 체포영장이 발부돼 사법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조합원들도 임금손실을 입었다. 올해 12일간의 파업 등으로 1인당 평균 400만∼500만 원의 임금손실을 본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하고 있다.

파업을 하지 않은 해에도 통상적으로 기본급 인상에 300%+200만 원씩의 성과급을 받아 왔다. 따라서 올해 합의안(기본급 8만5000원 인상, 300%+400만 원의 성과급 지급)대로 받아도 1인당 평균 200만 원 안팎의 임금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특히 무분규를 기록한 지난해에는 파업으로 인한 임금손실을 입지 않으면서도 통상적인 성과급 이외에 무상주 30주씩(당시 주당 7만 원 선으로 210만 원)을 더 챙겼다.

회사도 올해 분규로 차량 4만4000여 대를 제때 생산하지 못해 6900억여 원의 매출 차질을 빚었다. 19일로 예정됐던 고성능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 신차 발표회도 노사분규로 한 달가량 연기됐다. ‘전근대적인 노무관리로 매년 분규가 발생하는 현대차’라는 손가락질을 올해도 받아야 했다.

현대차는 올해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제대로 치유해 ‘명품’ 노사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올해 무더위에 지친 국민을 더욱 짜증나게 한 현대차가 국민에게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울산에서

정재락 사회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