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2회 국수전… 속도와 두터움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박영훈 9단의 바둑에선 속도를 느낄 수 있다.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왔다 갔다 하는 그의 행마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제비’라는 별명을 가졌던 조훈현 9단이 연상된다.

우변 흑 대마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지만 그는 흑 73∼77로 쓱쓱 정리한 뒤 흑 79, 81의 끝내기를 선점한다. 우변 흑은 별 타격 없이 살 수 있다는 수읽기가 뒷받침된 것. 흑 79는 보기보다 굉장히 큰 곳이다.

백 82를 방지하기 위해 참고도 흑 1로 두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백 2(실전 흑 79)가 선수에 가깝다. 흑 3처럼 손을 빼고 큰 끝내기를 두면 흑 11까지 우상 흑이 간신히 두 집 내고 사는 굴욕을 당한다. 참고도는 흑이 많이 당한 결과.

흑 91까지 반상의 큰 끝내기는 모두 흑이 차지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형세가 여전히 박빙이다. 이게 두터움의 위력이다.

백 92의 공격에도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우변 흑을 굳이 잡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부드럽게 밀고 나가다보면 언젠가 앞설 것이란 믿음이 깔려 있다.

해설=김승준 9단·해설=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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