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사모펀드의 경영노하우 일반기업도 배워야”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12분


박철준 베인&컴퍼니 서울사무소 공동대표는 “사모펀드의 인수기업 경영 기법은 효율성과 가치 극대화 측면에서 기업 경영에 색다른 시각을 전해준다”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사모펀드 경영에 대한 벤치마킹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최훈석 기자
박철준 베인&컴퍼니 서울사무소 공동대표는 “사모펀드의 인수기업 경영 기법은 효율성과 가치 극대화 측면에서 기업 경영에 색다른 시각을 전해준다”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사모펀드 경영에 대한 벤치마킹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최훈석 기자
박철준 베인&컴퍼니 서울사무소 공동대표

“부실기업의 운영 효율성 개선

단기간에 우량기업으로 바꿔

‘먹튀’ 사모펀드 일부에 불과”

한국에서 사모펀드(Private Equity)는 단기 투기세력의 대명사로 통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사모펀드의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런 부정적 시각이 더 강해졌다. 하지만 최단기간에 부실기업을 정상화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사모펀드의 경영기법을 일반 기업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경영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최근 박철준 베인&컴퍼니 서울사무소 공동대표를 만나 사모펀드의 경영 노하우가 기업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그는 “사모펀드는 운영 효율성을 개선해 단기간에 기업 체질을 바꾸는 데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갖고 있다”며 “기업 경영자들은 이런 사모펀드의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베인의 사모투자펀드 M&A컨설팅부문 아시아태평양 대표도 맡고 있다.

○ 우량 사모펀드는 기업 본질가치 높여

박 대표는 ‘기업들이 왜 자신들보다 경영 경험이 적은 사모펀드의 노하우를 배워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실적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간단한 대답을 내놓았다.

“우량 사모펀드는 투자기업의 재무뿐만 아니라 운영 측면의 효율성도 개선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합니다. 베인&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최근 30년 동안 상위 25%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36%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상위 25% 기업의 내부수익률(28%)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또 최근의 기업 경영 환경에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 성과를 내는 사모펀드의 경영 기법이 상당히 유용합니다. 요즘 투자자들은 기업이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수익과 규모성장을 이루기를 원합니다. 사모펀드는 단기간에 부실기업을 우량기업으로 바꿔놓습니다.”

사모펀드의 단기 지향성과 관련해 ‘먹튀’ 논란이나, ‘단물’만 빨아먹는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박 대표는 “일부 문제가 있는 사모펀드도 있지만, 상위 선도 펀드들은 거의가 기업의 본질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가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는 기업들이 ‘바보’가 아니지 않습니까? 사모펀드가 단물만 빨아먹었다면 기업 인수 가격에 결코 프리미엄이 붙지 않겠지요.”

○ 차입금 많이 쓰면 나쁘다?

박 대표는 일반 기업들이 본받아야 할 사모펀드의 경영 노하우를 크게 6가지로 정리했다. (표 참조) 그 중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최대 잠재력의 산정과 실현’이다.

“최고 사모펀드들은 기업이 가진 잠재력의 최대치를 이끌어냅니다. 이들은 우선 투자기업을 외부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해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그러고 나서 정해진 기간 안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최대 잠재치)를 산정하고, 최대 잠재력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소수의 핵심 추진 과제를 실행해 목표를 달성해 냅니다. 일반 기업들은 내부 시각에 파묻혀 자신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핵심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례도 흔합니다.”

박 대표는 자금 운용 효율성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의견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차입금을 많이 쓰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흑백논리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부채를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부채 없이 자본만 갖고 사업을 하면 효율성이 떨어지며, 낭비도 늘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사모펀드의 경영 모델은 기업 경영에 색다른 시각을 전해준다”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사모펀드 경영에 대한 벤치마킹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베인&컴퍼니는 최근 ‘어떤 기업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교훈(Lessons from Private Equity Any Company Can Use)’이란 책을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프레스에서 펴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16호(9월 1일자)부터 베인&컴퍼니 전문 컨설턴트들이 집필한 ‘사모펀드 경영전략 해부’ 시리즈를 연재한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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