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이건혁]취업용 ‘스펙’보다 중요한 자신감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02분


얼마 전 입사를 위한 면접 전형을 통과한 사람들이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가장 큰 비결로 꼽았다는 기사가 있었다.

친구는 “취업용 스펙을 다 가졌으니 자신감이 있었겠지”라고 지적했다. 취업의 성패는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갖췄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이었다.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로 기업이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점도 그 맥락이라고 했다.

스펙이 자신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보다 남과 자신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다른 경쟁자보다 뛰어남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스펙은 효율적인 증명도구다. 토익 점수와 학점은 나의 객관적인 순위를 점수로 알려준다.

순위가 낮으면 그에 대한 변명거리가 있어야 한다. 어학연수, 인턴 경력, 자격증은 사회에서 이미 자신을 검증했다는 정품인증서다.

없으면 불량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여러 곳에서 개성이 넘치고 뛰어난 대학생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취업의 문턱에서 힘들어하는 모습도 봐왔다.

취업용 스펙으로는 드러낼 수 없는 재능을 가진 대학생이 거기에 발목이 잡혔다. 자연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자신(自信)이란 단어는 국어사전에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거나 어떤 일이 꼭 그렇게 되리라는 데 대하여 스스로 굳게 믿음’으로 나와 있다.

친구에게 “토익 점수나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자신감을 가지면 안 되나”라고 물었다. 자신감의 근원이 스스로가 아닌, 타인의 기준이라는 점이 못마땅해서였다.

아직 졸업반이 아니라서 현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나는 자신감의 근원은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마다 점수나 자격증으로는 표시할 수 없는 자신만의 능력과 무한한 잠재력이 존재한다.

비록 현실에서는 스펙이라는 동일한 기준에 의해 경쟁에서 밀릴지라도,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는 건 아니다.

어떤 교수님이 “공자님도 취직을 위해 주유천하(周遊天下)를 하셨어. 취직이 그렇게 만만한 건 아니야”라고 하셨다.

공자같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시대의 기준에 온전히 부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사상과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이상을 펼칠 시기를 기다렸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역사에 위대한 인물로 남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능력을 선보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세상이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주지 않아도 말이다. 이 정도 믿음은 20대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특권이자 자신감이 아닐까.

이건혁 서울대 4년 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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