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이어도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8일 오후 이어도에는 초속 7.15m의 바람이 불었다. 파도 높이는 1m, 기온은 섭씨 28.4도. 이어도종합해양기지에 설치된 자동관측장비가 실시간으로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이어도 상황은 24시간 작동되는 카메라를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어도가 양보할 수 없는 우리 땅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 이어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빠짐없이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한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우리 땅을 본 감격 때문이다.

▷이어도는 마라도 서남쪽 149km 지점에 있다. 이름과는 달리 섬은 아니고 수중암초(水中暗礁)다. 가장 얕은 곳도 4.6m나 잠겨 있어 큰 파도가 칠 때만 잠깐 머리를 내민다. 수심 40m를 기준으로 하면 남북이 600m, 동서는 750m로 축구경기장의 6배가 조금 넘는다. 정부는 2003년 212억 원을 들여 연면적 1188m²(360평) 규모의 해양기지를 건설했다. 매년 10여 차례 전문가들이 방문해 3개월 정도는 유인(有人)기지로 운영된다.

▷중국 국가해양국 산하 중국해양신식망(信息網·정보사이트)이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巖礁)라고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는 중국에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이어도가 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더 강력한 근거가 있다. 이어도는 우리 EEZ는 물론이고 대륙붕에도 속한다. 가장 가까운 중국 퉁다오(童島) 섬은 247km나 떨어져 마라도∼이어도 사이보다 98km 더 멀다. 마주 보는 나라의 경우 중간선을 EEZ 경계획정기준으로 인정하는 국제관례도 있다. ‘이어도에 가자’라는 뜻의 제주민요 ‘이여도 사나’는 이어도가 먼 옛날부터 우리 어민의 삶의 터전이었음을 말해준다.

▷중국은 2006년 이어도에 해양 감시용 비행기를 띄운 데 이어 인근 해역에 순시선을 보내 정밀조사를 벌인 일도 있다. 우리 고대사를 왜곡해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획책하더니 이제는 이어도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인류 평화를 노래하는 베이징 올림픽 뒷전에서 이 무슨 팽창주의 야욕인가. 일본이 자국민 대다수가 이름조차 모르는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자국령이라 우기는 것 못지않은 억지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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