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사무실 혁명…개인 공간 늘리고 소통은 원활하게

  • 입력 2008년 7월 19일 02시 59분


한국P&G의 ‘셀(Cell)’ 구조 사무실. 셀 구조로 책상을 배치하면 직원들에게 더 많은 개인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최훈석 기자
한국P&G의 ‘셀(Cell)’ 구조 사무실. 셀 구조로 책상을 배치하면 직원들에게 더 많은 개인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최훈석 기자
인텔의 독특한 칸막이식 사무공간인 큐비클(cubicle·맨 위)과 NHN의 좌식 회의실(가운데), 미국 뉴욕을 콘셉트로 꾸며진 SK텔레콤의 회의실(맨 아래). 하정민 기자
인텔의 독특한 칸막이식 사무공간인 큐비클(cubicle·맨 위)과 NHN의 좌식 회의실(가운데), 미국 뉴욕을 콘셉트로 꾸며진 SK텔레콤의 회의실(맨 아래). 하정민 기자
《열악한 근무환경은 업무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 집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경우 더 그렇다. 혁신적인 일부 기업은 제한된 공간에 최대한 여러 사람을 앉히는 데 주안점을 두던 기존의 사무실 구조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고 있다. 이들은 사무환경 개선을 기업의 성과 향상을 가져오는 매력적인 투자로 인식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4호(8월 1일자)는 사무공간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삼층 분석했다.》

○ 1인당 적어도 15m² 공간 확보해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무실을 처음 방문한 대부분의 사람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그 안에 몇 명이 근무하는지, 자리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 키만한 파티션으로 구성된 인텔의 독특한 칸막이식 사무공간은 ‘큐비클(cubicle)’로 불린다.

박경희 인텔코리아 차장은 “사무실 안에 있는 동안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하고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목적에서 큐비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외국계 기업이 외근 직원들에게 책상을 공유하도록 하는 핫 데스킹(hot desking) 시스템을 잠시 도입했다가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사무공간 혁신을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점이 개인공간 확보라고 지적한다. 국내 최대 실내건축업체인 진디자인의 백남진 대표는 “한국 기업의 경우 1인당 개인공간이 10m²(3평) 미만으로 아직도 ‘닭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1인당 적어도 15m²(4.5평)는 확보해야 개인의 독립성을 확보하면서도 협업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 딱딱한 회의실이 편안한 공간으로

딱딱하고 획일적인 공간의 대명사이던 회의실은 사무공간 중 변신의 속도가 가장 빠른 영역이다. 기업들은 조직원의 공식 비공식적 접촉을 늘려 집단 창의성과 협업 능력을 높이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기 위해 회의 공간을 혁신 중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신사옥에는 한 층에 무조건 적어도 6개의 회의실이 존재한다. 심지어 이 회사는 한 쪽 벽면의 남는 공간도 간이회의실로 꾸몄다.

한국HP는 층마다 별도의 회의 공간이 있지만 이와 별도로 한 층 전체를 회의실로 사용한다. 이 회사의 이승연 매니저는 회의실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다는 지적에 “요즘에는 어느 부서든 하루에 2, 3건의 회의가 있다”며 “개인업무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회의인 만큼 회의공간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독특한 분위기의 회의실을 만들어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기업도 많다. NHN은 고급 일식집을 떠올리게 하는 ‘좌식 회의실’을 운영한다. 노수진 홍보팀 과장은 “좌식 회의실은 지루한 회의를 집 안 거실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만들어 주는 장점이 있다”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디어가 훨씬 잘 나온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 고객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표현

사무공간을 고객에게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수단으로 보는 기업도 늘고 있다. 고객, 종업원, 주주, 납품업체 등 기업활동과 관련돼 있는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야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관계 마케팅’ 개념을 사무공간에 적용하겠다는 의도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로비는 공공에 개방된 공익성 높은 공간으로 유명하다. ‘로비의 갤러리화’를 추구하는 이곳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또 금난새의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비롯한 각종 문화예술 이벤트의 무대로도 각광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사업파트너들이 신규 콘텐츠 제안, 기술 컨설팅, 구매 계약, 요금 정산 등의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하고 관련 시장동향에 관한 통계자료도 제공받을 수 있는 네이트 비즈니스 센터를 운영 중이다. 사옥 3층에는 파트너 회사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개의 회의실도 마련했다.

사무공간은 그 기업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얼굴이다.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은 해외에 진출할 때마다 직접 사무실 위치를 고르며 인테리어 배치까지도 신경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고 인재를 모으고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사무실을 최고로 꾸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백남진 진디자인 대표는 “사무환경은 기업문화의 표상인 동시에 조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따라서 사무공간의 변화는 기업혁신 활동의 중요한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4호(8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HR School/

부하가 잘해야 나도 살아남는다

부하 직원들의 업무 수행 결과에 차이가 나는 것은 부하 직원 개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들을 감독하는 관리자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관리자는 팀원 개개인이 일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다음 경력 단계로 이동하기 위해 키워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적절한 교육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롱테일은 환상이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경영계에 ‘롱테일(Longtail)’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애니타 엘버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 결과 롱테일 현상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버스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늘어났으며, 틈새상품의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Different View/

선택의 폭 커지면 고민↑ 만족↓

백화점의 모든 매장을 뒤지고 나서야 가장 마음에 드는 청바지를 고르는 사람과 마음에 드는 청바지를 발견하는 순간 바로 돈을 지불하는 사람 중 누구의 만족도가 더 클까. 답은 후자다. 매장을 일일이 훑는 사람은 구매 후에 더 좋은 대안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쇼핑에 들인 노력에 비해 구입한 청바지의 효용성이 낮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낮은 만족도를 보인다.

▼Leadership Study/

러시아에서도 빛난 히딩크 리더십

약체로 평가받던 러시아팀을 유로 2008 4강팀에 올려놓으며 세계를 놀라게 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의 비결은 뭘까. 그는 예순의 나이에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텃세가 심하기로 유명한 러시아행을 택했으며, 인재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우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