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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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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출연연구기관 개편작업으로 극지대원들은 극지연구가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극지연구소가 해양연구원으로 재통합된다는 말에 실망이 크다.
필자는 1985년 11월 한국해양소년단연맹 남극관측탐험대를 이끌고 남극에 도전했다. 그 탐험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이듬해 세계에서 33번째로 남극조약에 가입했다. 또 탐험 당시 해양연구소 과학자들이 동참한 게 계기가 돼 해양연구소 주도 아래 1988년 남극에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해 극지사업이 오늘에 이르렀다.
21세기 지구환경 변화와 자원고갈 현상이 국제 현안으로 부상하고 극지에 대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자 정부도 2004년 ‘남극 환경보호 및 연구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06년 ‘남극연구활동 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법제를 정비했다. 2004년에는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센터를 부설 극지연구소로 승격시켰다.
그간 극지연구소는 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대규모 고체천연가스 매장지 확보, 세계 5대 운석 보유국, 결빙방지물질을 비롯한 실용 가능한 극지 생물자원의 발굴과 빙하 연구를 통한 과거 기후 복원기술 등 많은 실적을 이룩했다. 또 북극에 ‘다산기지’를 개설해 남북극에 기지를 갖고 있는 세계 8번째 나라가 됐다.
지금 선진국들은 극지에 첨단 과학기술과 막대한 예산을 동원해 인프라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은 창청(長城)기지와 중산(中山)기지 외에 남극 최고 표고인 해발 4093m 지점에 돔A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인도는 추가 기지 건설을, 일본은 1만2500t급 쇄빙선을 내년 진수할 예정이며 유럽연합(EU)은 2만3000t급 시추연구선을 건조 중이다.
우리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2009년 투입을 목표로 건조 중이며, 2011년 남극대륙 제2기지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남극조약상 자원개발 금지 시한인 2048년이 점차 다가오자 선진국들은 극지연구사업을 우주과학 못지않게 중요시하면서 우선순위를 높여 가는 추세다. 모든 나라가 독립된 극지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해·공군까지 동원해 치열하게 각축하는 곳이 극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극지연구소를 해양연구원에 통폐합시킨다면 그간 이룩한 연구와 활동의 퇴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떨어질 것이다.
정부당국은 차제에 남극의 정책적 중요성을 감안해 극지연구소를 독립기관으로 재편해 극지연구대원들이 극지 연구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석순 한국극지연구진흥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