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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3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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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해결 어려워도
정체성 지키며 소통에 힘쓰면
위기속에서도 지속성장 가능”
환경 파괴, 테러리즘, 빈곤, 양극화…. 이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 가운데 완벽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대표적 난제들이다. 공공정책 연구자들은 이를 ‘고약한 문제(wicked problem)’라고 부른다.
기업들도 고약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존 카밀러스 미국 피츠버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 최고 경영 저널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월호에 실은 논문을 통해 기업들이 고약한 문제에 잘 대처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카밀러스 교수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정답도 찾기 힘든 고약한 문제 때문에 많은 기업이 고통받고 있다”며 “완벽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지만 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이해 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면 고약한 문제를 잘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밀러스 교수의 논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0호(6월 1일자)에 전문 번역돼 있다.
○ 고약한 문제란 무엇인가
고약한 문제란 △많은 이해 관계자가 얽혀 있고 △이슈가 매우 복잡하며 △매번 정면 대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답을 찾지 못하는 과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최근 성장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체 월마트는 이런 기준에 따라 고약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직원, 노동조합, 주주, 투자자, 채권자, 합작 파트너, 각국 정부 및 시민단체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각자 다른 관심사를 갖고 월마트를 지켜보고 있다.(많은 이해관계자) 또 월마트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시장의 포화 상태, 주요 고객층의 소득 저하, 더욱 치열해진 경쟁, 불법 이민자 고용 혐의 등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 등 매우 복잡하다.(이슈의 복잡성)
물론 월마트는 저가 유통업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고가 제품 시장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인도 같은 신흥시장으로 사업 확장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최저가 정책으로 성장해 온 월마트의 과거 이미지에서 탈피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각종 규제 정책으로 인해 신흥시장에서의 시장 장악도 만만치 않다.(정면 대응의 어려움) 또 할인매장에서는 저가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가 제품으로 시장 확대가 어렵다. 해외 현지 업체와 제휴를 맺어 외국 진출을 모색할 수 있지만 이 업체들이 월마트의 역량을 모방할 경우 나중에 위력적인 경쟁자로 부상할 수도 있어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정답 찾지 못해)
○ 고약한 전략적 문제 관리하기
카밀러스 교수는 고약한 문제의 경우 완벽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잘 길들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이해관계자들을 포용하고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 금융회사인 매릴린치크레디트코퍼레이션(MLCC)은 여러 이벤트를 벌여 직원 간 의사소통을 장려하고 있다. 또 전 직원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해 일반 직원과 경영진 간 잦은 만남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될 수 있고 문제 해결에 전 직원이 참여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카밀러스 교수는 실행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운영해야 고약한 문제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기업은 여러 대안을 놓고 이 가운데 최적의 안을 선택하려 하지만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복잡하고 불투명한 환경에서 전략적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가능성 있는 여러 대안을 실험해 보고 결과를 살펴본 후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실제 GE나 후지쓰 같은 회사는 위험 감수를 장려하기 위해 고의성이 없을 경우 비즈니스가 실패하더라도 축하해 주는 관행을 정착시켰다.
또 기업의 정체성을 잘 정의해야 고약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식품업체인 캠벨 수프(Campbell Soup)는 2007년 8월 고가 초콜릿 브랜드인 고디바(Godiva) 사업부를 팔기로 결정했다. 고디바 사업부는 상당히 높은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캠벨 경영진은 ‘저렴한 가격에 단순한 식사를 제공한다’는 기업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캠벨의 최고경영자(CEO)인 더글러스 코넌트는 고디바 매각을 발표하면서 “프리미엄 초콜릿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단순한 식사를 제공한다는 캠벨의 가치와 프리미엄 초콜릿 사업이 맞지 않기 때문에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은 복잡한 문제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행동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카밀러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정체성이 경영진에 방향을 제시하고 외부 기회와 위협 요인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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