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석호]北, 통일부 비방 점점 열 올리는 이유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최근 통일부에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올해 3월 말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로 극렬하게 비방하던 북한이 5월 중순 이후 비방의 강도를 낮췄다는 관측이 돈 것이다.

혹시 북한이 한국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일까? 당국자들이 노동신문 등을 확인한 결과 북한의 비방 행태는 여전했다. 연일 같은 내용의 비방이 반복돼 ‘뉴스 가치’가 떨어지자 한국 언론들이 보도를 덜한 것이 오해를 불렀던 것.

이런 상황을 알기나 한 듯 북한이 다시 대남 비방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김하중 통일부 장관을 비난해 온 노동신문은 26일자에서 홍양호 통일부 차관까지 물고 늘어졌다. 홍 차관이 공식 행사의 기조연설을 통해 ‘비핵·개방 3000 구상’ 등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한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한 것이다.

북한 웹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4일 통일부 통일교육원이 최근 자신들의 실상과 한반도 안보 현실 등을 보강해 새로 펴낸 ‘통일교육지침서’도 도마에 올렸다.

‘통일부인가 분열부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은 “6·15공동선언을 뒤집어엎고 흡수통일 야망을 실현하려는 사대매국세력들의 우리에 대한 대결선언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개인이 아닌 통일부 자체를 비난했다.

북한은 통일부 폐지 논의가 한창이던 올해 1, 2월 일본 내 총련계 조선신보 등을 동원해 “통일부 폐지는 남북관계 발전에 이롭지 못하다”는 한국 내 일부인사들의 주장을 선전하며 통일부를 두둔했다.

자기에게 필요할 것 같으면 두둔하고 이제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 비난하는 북측의 얄팍한 행태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다.

북한 당국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한국 새 정부에 대해 습관처럼 비방공세를 펴 왔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고 동시에 한국 내 보수와 진보 세력을 분열시키려는 고도의 대내 및 대남 전략전술인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남과 북의 선량한 국민을 분열시켜서 이득을 얻는 세력은 누굴까. 식량난에 시달리는 인민의 눈을 가리고 향후 대남 협상에서 ‘판돈’을 키울 것을 기대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를 추종하는 일부 지배세력뿐이다.

북한 당국은 현 시기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스스로 금과옥조처럼 들고 나오는 ‘우리 민족’을 분열시키는 것은 통일부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임을 깨닫기 바란다.

신석호 정치부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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