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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23일 2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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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SAT 및 고교 내신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라도 다른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불합격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정관들은 일선 고교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현장을 파악하고 지원서를 낸 학생의 가정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래서 학과 성적에는 나타나지 않는 잠재능력까지 판단해 입학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대학이 받고 싶고, 사회에 소용될 인재를 다양한 잣대로 선발하는 것이다.
한국 대학들은 성적을 중시하는 획일적인 입시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잠재력, 리더십 같은 주관적이고 계량화하기 힘든 전형요소들을 배척하는 사회 풍토 탓도 있다. 서울대의 이번 입시 개혁 방향은 기존 틀을 깨는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할 만하지만 미국 입시 체제를 그대로 수입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수능 점수가 높은데도 다른 측면에서 뒤져 불합격한 학생들이 대학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입시 방식을 다양화하고 잠재력까지 전형요소에 포함시키려는 서울대의 노력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경제와 문화가 국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천편일률적인 구시대 입시 방식으로는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인재를 배출하기 어렵다. 다양한 특기와 자질을 지닌 학생들을 받아들여야 대학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부모 경제력과 학업 성적의 상관관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학들은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가정형편은 좋지 않지만 잠재력이 풍부한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사회도 대학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한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존중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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