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과학부 간부 체면 살리는데 왜 혈세 쓰나

  • 입력 2008년 5월 22일 23시 09분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차관 및 실·국장급 간부들이 스승의 날을 계기로 자신들의 모교를 방문해 국가예산으로 한 사람당 500만 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내놓았다고 한다. “교육 현장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김 장관부터 모교인 서울 용산초등학교를 찾았고, 우형식 제1차관은 역시 모교인 대전고를 방문했다. 장차관을 포함한 간부 30명 중 그제까지 9명이 모교를 방문했고 다른 간부들도 곧 모교 방문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금의환교(錦衣還校)’도 좋지만 왜 국민 세금으로 체면 세우고 생색 내나. 명색이 교과부 간부들이 최소한의 공사(公私) 구분도 못 하나. 교과부 측은 “장관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별교부금이어서 법적으로나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이런 변명이 더 기가 막힌다. 우수학교나 소외지역학교 등 지원명분이 있는 학교에 일정한 기준을 정해 세금을 쓰는 것도 아니고, 단지 교과부 간부가 졸업한 학교라고 해서 특별교부금을 주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교과부 간부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한 학교는 서러워 견디겠는가. 교육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모교가 아니면 현장의 소리를 들을 데도 없는가.

그렇지 않아도 요즘 시도 교육청은 예산 부족에 아우성이다. 교과부가 영어 공교육 강화와 고교 다양화 등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각 시도 교육청에 다른 교육예산 10% 절감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런 마당에 교과부 간부들은 국민 세금으로 ‘모교 방문 이벤트’나 하고 있다. 이러니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겠는가.

이참에 특별교부금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있어야겠다.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사용된다면 존치할 명분이 없다. 지난 정부에서도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갈 고향을 관광지로 꾸미거나, 대통령정책실장이 관련된 사찰을 도와주는 데 행정자치부의 특별교부금이 사용돼 물의를 빚었다. 무원칙하고 투명하지 못하게 사용되는 특별교부금이라면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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