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쇠고기와 선생님

  • 입력 2008년 5월 6일 20시 44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10대들이 대거 참여해 기성세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40, 50대 부모들은 요즘 ‘무한도전’ ‘웃찾사’ 같은 TV 오락프로에 자녀들이 왜 킥킥대며 빠져드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이번 광우병 파동에서도 왜 아이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는지 의아해 한다. “부모 세대와는 다른 이른바 ‘신(新)인류’라서 그런 것 같다”는 얘기도 있지만 실감이 안 난다. 그저 무슨 불행한 일이나 없기를 바랄 뿐이다.

▷한 심리학자는 10대 누리꾼의 특성인 ‘뭉쳐서 띄우기’라고 분석한다. 눈에 띄는 이슈가 포착되면 인터넷 안에서 여럿이 뭉쳐 동조세력을 부풀리면서 사회문제로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는 10대들이 정치 사회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동의하기 어렵다. 10대들은 언필칭 ‘과학적 근거’를 들먹이며 광우병 괴담에 가담하고 있으나 허점투성이다.

▷광우병 원인으로 유력한 프리온이 ‘섭씨 300도의 고열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불사(不死)의 병원균’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나 프리온은 변형 단백질로 병원균도 아닐뿐더러 고열에서 파괴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미국 소는 미친 소’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이런저런 비과학적 근거로 꿰맞추는 수준이다. 민감한 먹을거리 문제를 이처럼 선정적으로 다루는 것은 인터넷 폐해로 지적되는 ‘비이성적 바람몰이’이다. 이를 놓고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한 10대의 참여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

▷10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교사들인데 손을 놓고 있다. 심지어 부추기기까지 한다. 어느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한 뒤 “지난번 방영된 MBC ‘PD수첩’을 꼭 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과장된 보도로 이번 파문에 불을 붙였던 문제의 TV프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 전문 지식이 없다면 최소한 인터넷 소문들이 허황된 것이라는 것쯤은 알려줘야 한다. 중고교생들 사이에선 ‘17일(토요일) 등교를 거부하자’는 문자메시지까지 퍼지고 있다. 교사들의 냉철한 대응이 절실하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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