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08 +10 & -10]<22>“우린 이렇게 아낀다”

  • 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대기업 에너지 효율진단 ‘中企에 단비’

포스코, 철강업체에 기술 전수

年14억 절감 CO2감소도 기대

자동차엔진 부품과 농기계 부품을 만드는 경기 안산시의 중소 철강업체 협진단철은 올해 2월 포스코로부터 긴급 기술진단을 받았다.

포스코는 기술진단을 한 후 핵심 설비인 가열로의 열 누수가 적지 않은 데다 가열로 엔진의 수동조작에 따른 에너지 손실이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손실을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억2000만 원이나 됐다.

협진단철은 1억7200만 원을 투자해 가열로 설비 일체를 교환하기로 했다. 초기 투자비가 만만치 않지만 1년 6개월만 지나면 투자비를 모두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원 협진단철 사장은 “해마다 1억2000만 원의 돈을 태워 없앴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면서 “진단 장비나 기술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기업의 기술 지원은 ‘가뭄에 단비’와 같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 제조업체들이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사 설비가 있는 동일업종 대기업의 에너지 절감 노하우를 전수받아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결 역할을 맡고 있는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포스코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은 중소 철강업체는 모두 10곳이다. 이 같은 기업 간 협력으로 연간 14억 원에 이르는 2900TOE(석유환산t·1TOE는 석유 1t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발생량 9300t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에너지관리공단은 보고 있다.

장광식 에너지관리공단 산업에너지팀 과장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중소 철강업체들을 위해 개별 기업 진단 사례를 모아 워크숍을 하고 있다”면서 “석유화학 분야 등 다른 업종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에너지를 아낄 수만 있으면 라이벌 기업과 손을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188개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에너지절감파트너십(ESP). 업종별로 8개 분과로 나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이른바 ‘상부상조(相扶相助)’ 포럼으로 기업들은 이 포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인 설비 도입이나 공정 개선 사례를 벤치마킹한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전담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GS칼텍스의 에너지기술팀은 2003년 설립된 에너지 전담 부서로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줄일까’만 연구한다. 정유공장은 공정별로 공장이 따로 돌아가므로 각자의 업무에서 찾기 힘든 ‘에너지 누수’를 공장 전체의 프로세스를 조망하면서 찾아내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에너지 비용은 이 팀을 꾸리기 직전인 2002년보다 1000억 원(약 10%) 줄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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