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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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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프링 국제실내악 페스티벌
《5월 2일부터 12일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등에서는 이색적인 예술공연이 열린다. 바로 소수 마니아층만 즐겨온 실내악을 대중적 행사로 끌어올린 ‘서울스프링 국제실내악 페스티벌’이다.
‘클래식음악 분야에서 이례적으로 열흘 넘게 진행된 유료 공연 모두 매진’, ‘덕수궁 고궁 특별음악회에 예상 인원 1000명의 2배가 넘는 2500명 운집’.
○ 예술공연으로 확장된 경영 마인드
이 페스티벌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씨가 예술감독을 맡아 공연의 콘텐츠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음악 외의 전반적 행사 기획 및 진행은 경영학자인 신동엽 연세대 교수가 맡고 있는 점이 색다르다. 또 사회학자인 김형국 서울대 교수가 두 컨트롤 타워를 조율하면서 경영과 예술의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3년 전 식사 자리에서 “한국에 세계적 음악가가 많지만 세계적 음악 행사는 없다”는 강 감독의 푸념을 듣고 김 교수와 신 교수 등은 세계적 음악제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신 교수는 ‘경영감독’을 자청했다. 첨단 경영 이론을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음악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한 것. 또 도시사회학 대가인 김 교수는 음악제 조직위원회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광범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 ‘저비용 고효율’ 실내악은 전략적 선택
클래식 분야에서는 관현악이나 오페라 같은 장르가 더 인기가 있다. 하지만 이런 분야에서 단기간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단원 모두의 실력이 뛰어나야 하고 오페라도 무대디자인 등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적은 자원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실내악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실내악은 소수의 연주자로 공연이 가능하다. 세계적 연주자 10여 명만 초청해도 최고 수준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실내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게 문제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스프링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테마’를 가미했다. 2006년 1회 페스티벌 테마는 ‘동서양의 만남’이었고 2007년 2회는 ‘민속음악 하모니’였다. 또 5월 2일부터 열리는 올해 3회 페스티벌의 주제는 ‘삶의 이야기’다. 청년기, 장년기 등 작곡가의 삶이 음악에 끼친 영향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자칫 무료해질 수 있는 실내악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송희영(예술경영 전공) 서울예술대 교수는 “고급 클래식 음악의 경우 가격이 비싸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웠는데 서울스프링 페스티벌은 도심에서 무료 공연을 열어 문턱을 낮추고 티켓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해 대중화에 성공했다”며 “보통 축제는 정부가 주도하는데 민간이 주도했다는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한국 최고는 무의미… 세계 최고 실내악 축제 지향
한국의 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서울스프링 페스티벌은 처음부터 크고 대담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한국 혹은 아시아 최고는 아무 의미가 없다. 세계 최고만이 의미가 있다’는 취지에서 세계 최고의 실내악 축제를 지향했다. 5월만 되면 이 행사 때문에 서울행 비행기표 구하기가 어려워질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게 목표다. 실제 이런 비전 아래 조직위원회는 ‘줄리아드 콰르텟’과 ‘보로딘 콰르텟’ 등 당대 최고의 실내악단을 초청했다. 올해에도 바이올린의 거장 핀커스 주커만이 공연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어려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례로 강 감독은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시벨리우스의 실내악 악보를 찾기 위해 시벨리우스 기념관에 가서 손으로 쓴 악보를 복사해 와 세계 최초로 공연하기로 했다. 또 올해 7월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축하하는 의미로 베이징 인민대극원에서 공연을 하는 등 글로벌 비전도 실천하고 있다.
○ 벽을 허문 음악회…거장과 관객의 대화로
보통 클래식 공연에서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무거운 벽이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서울스프링 페스티벌은 혁신적 마인드로 이런 벽을 허물었다. GE 등 유수 기업들이 ‘벽 없는 조직(boundaryless organization)’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이 행사에서는 친근한 인사들이 편안한 용어로 곡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연주가 끝난 유명 연주자들이 로비 등 곳곳에서 관객들과 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행사장에서는 음악 거장들이 관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해주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덕수궁이나 박물관 등 야외에 나가 음악회를 개최해 공연장과 일반인 사이의 장벽도 제거했다. 게릴라 콘서트처럼 갑작스럽게 장소를 정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무대를 연출하기도 했다.
○ 창조적 시도… 실력 있으면 무명연주가도 파격 등용
실내악 분야에서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도 함께 선보였다. 서울스프링 페스티벌은 실력만 있으면 나이나 명성과 상관없이 세계 최고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게 했다. 실제 17세의 신예 피아니스트였던 김선욱 씨는 1회 페스티벌에서 강동석과 세계적 첼로 연주자인 다비드 게링가스와 함께 공연하며 기량을 닦았다. 이후 김선욱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세계 최연소이자 동양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는 경이적 성과를 냈다. 또 매년 행사 때 반드시 창작곡 혹은 초연곡을 선보이고 있다.
○ 각계 인사 네트워크 활용 ‘개방적 혁신’
많은 기업은 네트워크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체제를 도입해 외부 지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울스프링 조직위원회는 초기부터 음악가 중심의 네트워크에서 벗어났다. 정·관계, 재계, 학계, 언론·방송계의 다양한 인사와 접촉하면서 음악계의 개방적 혁신을 시도한 것. 조직위원회는 △한국의 경제력에 걸맞은 품격 있는 문화행사가 필요하고 △순수예술이 발전해야 대중예술도 발전할 수 있으며 △문화 행사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며 유력 인사들에게 자원봉사를 요청했다.
이런 적극적인 네트워크 전략으로 음악인만으로 불가능했던 광범위한 지원 체제가 확보됐다. 실제 변호사 시절 후원을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문화시정을 펴며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2006년 행사 초기부터 적극적인 후원자였다. 또 손범수 유정아 아나운서 등이 무료로 행사를 진행해주고 있으며 김현미 삼성디자인학교(SADI) 교수가 행사 로고를 만들어 기증했다. 행사 홍보 부스는 진아건축에서 기증했다. 세계적 사진작가 배병우 씨도 자신의 소나무 사진을 홍보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자제인 윤상구 씨는 우리나라 최고의 한옥으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 집을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27일 열리는 살롱콘서트 장소로 개방했다.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官주도 아닌 음악 애호가들 자발적 참여로 큰 성과”
■ 페스티벌 기획한 연세대 경영학과 신동엽 교수
―서울스프링 국제실내악 페스티벌이 주목받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나 자치단체가 행사를 주도한 게 아니다. 음악가들과 민간 음악애호가들이 주도하면서 서울문화재단의 도움을 받는 형식으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취지에 공감한 각계각층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세계적 음악축제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한 해 6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서울스프링 국제실내악 페스티벌도 잘 운영되면 서울과 한국의 품격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다. 한류 바람이 현재는 대중문화에만 국한돼 있는데 순수 예술분야의 기반이 없으면 오래 가기 힘들다. 순수 예술로도 얼마든지 한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순수 예술의 경쟁력이 기업 혹은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고 보나?
“최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급성장한 영국 런던의 사례를 보면 순수 예술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 런던은 10년 전만 해도 대영제국의 과거 영광에만 매달려 있던 재미없고 쇠락한 도시였다. 하지만 문화예술을 집중 육성하면서 단 10년 만에 급성장했다. 테이트모던 갤러리와 사치 갤러리, 대영박물관 등으로 상징되는 런던의 문화 역량이 강해지면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전 세계 부자들이 몰려들었다. 자연스럽게 자본이 모이면서 금융 산업이 발전한 것이다. 런던 금융시장 규모가 뉴욕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보이지 않는 원동력은 문화예술 분야의 경쟁력이었다.”
―광범위한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를 형성한 동력은 무엇인가?
“최근 신자유주의가 부상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만이 열정과 헌신을 이끌어내는 유일한 동인은 아니다. 서울스프링 페스티벌은 소수 음악가나 열성 팬들만이 아닌 각계각층 인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적 축제다. 한국의 문화적 품격을 높여서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나라로 만들고, 또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적 가치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한 많은 분들이 열성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경제력이나 정치적 파워만으로는 세계인들의 진정한 존경을 받기 힘들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수월성을 갖추면 세계인들에게서 진심으로 존경받을 수 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한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표를 사서 콘서트장을 가득 채워주며 다양한 후원을 해주고 있다.”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호(5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Knowledge@Wharton/ 개를 보면 퓨마 운동화를 산다?
아침 출근길에 개를 보면 퓨마 운동화를 구입할 확률이 높아진다. 실험 결과 반복해서 개 사진을 본 실험 참가자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들보다 퓨마 브랜드를 더 빨리 알아봤고 선호도도 높았다. 개는 고양이와 관련이 있고 고양이는 결국 퓨마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무의식적인 환경 단서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
강 대리 팀장 만들기/ 프레젠테이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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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MBA 케이스 스터디/ 신념과 끈기로 조직문화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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