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9년, 가벼운 우울…정재형, 3집 앨범-파리 에세이집 발표

  • 입력 2008년 4월 3일 03시 01분


9년간의 유학생활을 마감하고 3집 ‘자클린느’와 에세이 ‘파리토크’를 낸 가수 정재형. 사진 제공 서울음반
9년간의 유학생활을 마감하고 3집 ‘자클린느’와 에세이 ‘파리토크’를 낸 가수 정재형. 사진 제공 서울음반
그는 이번 새 앨범을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가벼운 우울’이라고 표현했다. “한없이 가라앉은 무거움을 덜어내자 소박한 일상도 담담하게 드러낼 수 있어서 좋다”고도 했다.

1990년대 활동했던 그룹 ‘베이시스’ 시절 ‘작별의식’ ‘내가 날 버린 이유’ 등을 통해 발라드에서 흔치 않은 우울의 정서를 드리웠던 가수 정재형(36). 이번 앨범에서는 진지하되 심각해지지 않았다. 파리 9구역에 둥지를 틀었던 그는 9년의 유학생활을 끝내고 3집 ‘자클린느’를 발표했다.

“2집까지는 감수성도 예민했지만 일상에 대한 연민이라는 게 있었어요. 모든 게 차분해진 새벽에 곡을 썼으니 음악들이 무겁다 못해 질척거렸죠. 그때 누군가 제 앨범을 듣고 ‘장송곡’이라는 표현을 썼으니까요.(웃음)”

2일 만난 그는 부스스한 단발머리에 자유분방한 ‘파리지앵’ 스타일로 나왔다. 이번 앨범은 여느 때와 달리 아침 산책을 한 뒤인 오후에 썼다고 했다. 진한 커피의 힘을 빌려 그는 일상의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다. 그 결과 새 앨범에서는 유리잔이 쨍그랑거리는 소음을 비롯해 피아노 연주가 뚝 끊기거나 리듬이 한 박자 빗겨나는 식의 시도가 새롭게 들린다.

소품처럼 가벼운 음악인 첫 곡 ‘지붕 위의 고양이’를 시작으로 ‘노래가 세상을 흔들 수 있다’고 믿었던 1980년대 운동권 시절을 노래한 ‘1988’까지, 다양한 질감의 노래들이 한 앨범 속에 담겨 있다.

베이시스 해체 후 솔로 1집을 낸 그는 1999년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더 풀어내기 위해서는 더 채워야 했기 때문.” 9년 동안 파리 고등사범 음악학교에서 영화음악과 작곡,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그에게 예술의 도시 파리는 ‘치열한 경합장’이었다. 그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영감을 가진 뮤지션들이 많아 쉽게 상처받았다”고 했다.

틈틈이 ‘마리아와 여인숙’ ‘중독’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등 영화음악을 맡은 그는 클래식 전공을 살려 2005년 김정원 송영훈 등으로 구성된 MIK앙상블과 함께 클래식 앨범도 냈다.

“가요는 한 챕터를 만들어가면서 소설 한 권을 쓰는 거라면 클래식은 몇 개월 동안 끙끙대며 논문을 쓰는 것과 같아요. 그러면 영화음악은? 한편의 소설을 읽고 풀어쓴 감상문이겠죠.”

클래식 영화음악 가요를 넘나들며 음악적 영역을 확장해온 그는 음악 외 분야에도 도전했다. 파리에서 보낸 일상에 대한 콩트를 사진 그림과 함께 엮은 에세이 ‘정재형의 파리 토크’를 냈다.

“음악을 한 번도 쉬어본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24시간 내내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때때로 음악이 지긋지긋할 때도 있죠. 이 책을 쓰며 음악 말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생겼어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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