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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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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민원에도 불구하고 5년간 요지부동이던 대불공단 전봇대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사흘 만에 뽑힌 일은 한 편의 코미디에 가까웠다. 최근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들은 직제에도 없는 태스크포스(TF)팀을 양산해 정부조직 통폐합으로 발생한 유휴 인력을 배치했다가 이 대통령의 불호령을 듣고서야 부랴부랴 해체했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전봇대도 그대로고 ‘작은 정부’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뻔했다.
경찰은 경기 고양시 초등학생 납치 미수사건을 대충 깔아뭉개려다 대통령이 일선 경찰서까지 찾아가 질책하자 수사 인력을 대거 풀어 용의자를 검거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침묵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범인은 계속 세상을 활보하며 제2, 제3의 범행을 저질러 혜진·예슬 양처럼 어린 생명들이 또다시 희생됐을지도 모른다.
공무원의 무사안일(無事安逸)과 복지부동(伏地不動)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이뿐이 아니다. 새 대통령은 ‘정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연일 재촉하지만 관료사회의 변화는 지극히 수동적이고 느리기만 하다. 대통령이 나서야 비로소 움직이는 정부를 어찌 제대로 된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 관료 체질로는 ‘섬기는 정부’를 만들지도 못하고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 수도 없다.
국정의 큰 흐름을 챙겨야 할 대통령이 정부 말단의 일에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민생과 직결되는 일선 경찰부터 잠자고 있다면 대통령뿐 아니라 온 국민이 나서 질타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공무원들은 제발 대통령이 나서기 전에 스스로 움직이라. 그리고 변하라. “우리 공직자가 이 시대의 걸림돌이 될 정도의 위험수위에 온 것 같다”는 대통령의 지적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공직자들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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