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성조]삼성, 뼈 깎는 혁신으로 국민신뢰 되찾길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대에 고착됐고,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이 전 세계 주식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압도적 지지를 얻었는데, 이렇게 가다간 경제성장률 6%도 쉽지 않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돈이 이자가 높은 곳으로 가듯 기업은 기업 환경이 좋은 곳으로 가기 마련이다. ‘경제 살리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좋은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 지역 국가가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고 권장하면서 건설적인 동반자가 돼야 한다. 빈국 아일랜드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넘어 독일 프랑스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기업 환경을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정부부처 업무보고 때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법과 제도의 개선은 물론이고 불법파업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삼성이 정상적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삼성 특검이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삼성의 공과나 옳고 그름에 대해 왈가왈부하려는 것이 아니다. 특검으로 인해 삼성이 외국에서 ‘부정부패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플 뿐이다. 이것이 바로 소니가 삼성과 결별하게 된 이유일 수도 있다.

삼성 문제가 부각된 지 긴 시간이 흘렀다.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 등으로 100일 이상이 지났다. 그간 경영자원 낭비는 천문학적 숫자에 이를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바는 ‘삼성 죽이기’가 아니라 ‘삼성을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리모델링’시키는 것이라 믿는다.

이를 위해 몇 가지가 고려돼야 한다. 첫째, 특검은 삼성 수사를 철저히 하되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검 기간 삼성의 기업 경영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들어갔을 것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물론이고 특히 협력업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외국에서는 우리의 다른 대기업들도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

둘째, 이번 수사 결과와 별개로 기업 내부정보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머지않아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함께 서비스 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이 문제에 대한 보완 없이는 개인과 기업의 기밀 보장이 필수인 서비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1980년대 일본 기업이 독일에서 현지인을 임원으로 채용하지 않은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셋째, 삼성도 특검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스스로 위치를 다시 정립하고 자발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과거처럼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동안 온존해 온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털어내기 위해 진지한 자성과 함께 뼈를 깎는 변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삼성은 그간 대외신인도, 사회적 이미지 실추라는 손실을 입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독일에서는 드레스드너 은행 등 일류 은행들이 리히텐슈타인에서 세금을 포탈하고, 지멘스, 폴크스바겐 등에서 뇌물, 분식회계가 일어난 일로 시끄럽다. 일간 디 벨트지는 이를 ‘독일의 국가 위기’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독일 기업들은 뼈를 깎는 자기혁신 프로그램을 제시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삼성도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박성조 베를린자유대 종신 정교수 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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