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대통령 총선개입 시비 자초 말아야

  • 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장차관 워크숍에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시절에는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보면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치적으로 안정돼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자제(自制)했어야 할 발언이다. 총선이 눈앞이어서 선거 개입 시비를 자초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는 즉각 “선거 때만 되면 정치안정 운운하는 것을 보니 유신시대의 망령이 떠오른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을 ‘선거 개입용’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이미 여러 차례 한 얘기로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그렇기에 좀 더 신중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자주 해 탄핵소추까지 당하는 등 임기 내내 선거 개입 시비에 휘말렸다.

요즘 한나라당 형편이 작년 대선 때와 같지 않다고 한다. ‘강부자(강남 부자) 내각’ 파동에다 공천 파열음까지 겹쳐 민심 이반이 손안의 모래 빠져나가는 듯하다는 것이다. 20년간 울산 지역구를 지키던 정몽준 의원을 서울로 불러올리고, 비례대표 남자 1번을 약속해 가며 노무현 정권의 국방장관을 영입한 것도 그래서라고 한다. 한때는 200석까지 넘봤지만 지금은 과반 의석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치적 안정’을 강조하니 ‘총선에서 안정의석을 달라’는 얘기로 들리기 십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춘천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를, 어제는 경북 구미산업단지에서 지식경제부 업무보고를 받았다. 대덕연구단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를 받고 충남도청 예정지인 홍성을 방문하는 일정도 검토중이라 한다. 대통령이 강조해 온 ‘현장 확인 행정’이라 하더라도 역시 선거운동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선거를 앞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이 선거 개입 시비를 부를 수 있는 일은 삼가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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