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富냐 경영권이냐…창업자여, 선택하라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미국 신생 기업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80%가 이사회나 투자자로부터 사퇴 권고를 받고 경영권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창업자들은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부(富)’와 ‘권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이 선택의 기로에서 고충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창업자는 부와 권력 모두를 원하지만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 자신의 지분이 줄면서 의사결정 권한이 축소되고, 경영권을 잃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놈 와서먼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월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창업자의 딜레마(The Founder’s Dilemma)’를 발표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 독점 계약을 맺은 동아비즈니스리뷰는 4호(2월 26일∼3월 10일)에 이 보고서 전문을 소개한다.

○ 상장 이후에도 CEO 맡은 창업자는 25% 미만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90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설립된 미국 신생기업 212개를 분석한 결과 창업자 대부분이 기업이 상장되기 이전에 경영권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 3년째에 창업자 50%가 CEO직을 유지했으며, 4년째에는 40%만이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상장 이후에도 창업자가 CEO를 맡고 있는 기업은 25% 미만에 불과했다.

와서먼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나 나이키의 필 나이트와 같이 창업자가 성공한 CEO가 되는 건 매우 예외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 보고서는 창업자가 CEO로서 업무 성과가 낮았을 때뿐만 아니라 경영 성과가 좋았을 때도 사퇴 압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요구되는 CEO의 역량 및 조건이 복잡해지고 많아지기 때문이다.

신생 기업의 최우선 과제는 상품 또는 서비스 개발이기 때문에 기업 설립 초창기에는 기술 분야의 능력만 가진 창업자 겸 CEO가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커갈수록 CEO에게 기술적 능력뿐만 아니라 마케팅, 재무회계, 조직 관리 등 업무 및 조직 전반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 기업 가치를 높일 것이냐 경영권을 잡을 것이냐

이 보고서는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창업자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욕구’와 ‘스스로 회사를 운영하고자 하는 기업 경영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인데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 기업 가치는 늘겠지만 창업자 본인의 지분이 줄면서 의사결정 권한이 축소되고, 결국 경영권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의 ‘오컴 테크놀로지’사(社)의 짐 트리안디플로 CEO는 2000년 기업 생존을 위해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대신 이사회 5석 가운데 3석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겼다. 그의 의사 결정 권한은 대폭 축소됐지만 자금을 얻어 회사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부에 우선순위를 두는 창업자는 스스로 신임 CEO를 찾는 것은 물론 잠재적 투자자와의 논의를 통해 회사의 장기적인 목표를 세운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면 미국 가구업체인 ‘룸앤드보드’의 존 가버트 창업자는 9개 판매장을 여는 등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했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외부 투자자의 제안을 매번 거절했다. 이후 룸앤드보드는 위기에 빠졌다.

이 보고서는 “경영권을 고수하고자 하는 창업자는 기업의 가치 확대 기회를 희생시키고 회사 운영에 위협적이지 않은 인사를 영입한다”고 분석했다.

와서먼 교수는 “창업자들은 부와 권력 가운데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빨리 파악해 이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기업을 설립할 때 ‘처음부터 게임, 이익, 끝낼 시간과 관련한 규칙을 결정하라’는 중국 속담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호(2월 26일∼3월 10일)에 실린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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