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창용]국민연금 운용기관 복수화하자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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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만들려는 정부안에 대해 비난이 거세다. 위원장과 기금운용 전문가를 민간인으로 뽑더라도 정부 조직 내에 있는 한 기금 운용에 정부 입김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정부 조직, 민간 조직 여부는 문제의 본질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이 문제만 부각되니 정부안의 다른 문제가 간과된다.

정부안에 따르면 기금운용위원회는 대통령 산하 기관이지만 목표 수익률, 자산 배분과 같은 주요 의사 결정은 7명의 민간 위원이 전적으로 책임진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하다 보니 이들의 의사 결정을 정부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형태를 취했다. 나쁘게 해석하면 기금운용위원회가 쉽게 달성 가능한 목표 수익률을 스스로 정해도 이의를 제기할 공적 채널을 마련하지 못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투자만 하는 순수 민간자산운용기관과 다르다. 가입자에 대한 연금 보험료 지급 등 부채 지급 여력을 고려하면서 자산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산운용이 연금 재정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거시경제에 주는 충격에 대해 연금제도의 전체 틀을 결정하는 정부의 생각이 반영되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금운용의 독립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기금 운용 1개 기관 집중은 안 돼

이를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외부 자문기구로서 기금운용위원회,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자산부채관리위원회를 만들어 기금운용위원회의 주요 의사결정을 평가하는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 평가는 하되 기금운용위원회에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면 자산부채관리위원회의 존재가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연금제도와 기금운용의 제도적 연계는 해외 유수의 연금기금 운용기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다.

정부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과 산하에 있는 기금운용공사 사장 간에 책임과 권한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공사 사장은 운용위원회에 평의원으로 참여하며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민간 위원 중에서 선임된다. 법만 보면 기금운용의 최종 책임자는 운용위원회 의장이며 공사 사장은 공사의 실무를 담당하는 임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상적인 투자 의사 결정은 실무자 출신인 공사 사장의 책임이기에 국민 사이에는 기금운용 성과의 최종 책임자가 공사 사장이란 인식이 크다. 이렇게 법적, 상징적 책임과 현실적 책임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기금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가를 두고 내부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사 사장에게 기금운용위원회 의장을 겸하게 하여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권력 집중이 우려되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의 임명권을 사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이들이 사외이사로서 사장을 견제하도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안에 따르면 사외이사가 최고경영자의 법적 권한을 가져 마치 한 회사에 두 명의 사장이 있는 셈이다.

또 대규모 연금기금이 하나의 공적 기관에 집중돼 국민경제에 미치는 지배적 영향을 완화하려면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공사를 복수화해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 의장 1인에 의해 국가 자본시장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운용기관을 복수화하면 기관 간 수익률 비교를 통해 객관적 성과 평가가 가능해지는 장점도 생긴다. 운용 성과에 따라 기금운용 규모를 조정하고 운용액에 비례해 운용 보수를 지급하면 기관 간 수익률 경쟁을 강화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수익률 성과 비교 효율성 높여야

이렇게 되면 이들 기관의 수입이 국회가 심의하는 예산에 얽매이지 않고 운용 보수에 따라 결정되므로 국회 눈치를 보지 않고 성과에 따라 직원에게 민간금융기관 이상의 대우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운용기관을 복수화하더라도 연금기금 전체의 자산운용이 국민연금제도 개편 및 거시경제 운용과 조화를 이루도록 자산부채위원회에는 모든 기관이 참여해야 한다.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채권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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