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엄태범]11월 11일은 원래 ‘농업인의 날’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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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물론 일반인에게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빼빼로 데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한자로 흙 토(土)자가 겹친 ‘土月 土日’, 즉 11월 11일로 나타낼 수 있어 정했다고 한다. 또한 이때가 고단했던 한 해 농사를 마치고 풍년제를 할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빼빼로 데이는 ‘키 크고 날씬해져라’는 의미로 가늘고 길쭉한 모양의 과자 빼빼로를 주고받은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농업의 근간인 식량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만들어진 ‘농업인의 날’이 밥을 굶으면서까지 살을 빼야만 하는 현 세태의 단면인 ‘빼빼로 데이’와 같은 날이라는 점이 아이로니컬하다.

초등학교에서는 이날 빼빼로를 가져와 수업시간에 먹어 수업이 잘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 청소년 사이에서는 이 과자를 꼭 주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심각성은 더하다. 제과 유통업계가 판촉활동을 위해 정한 ‘빼빼로 데이 마케팅’에 정작 기억해야 할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이 밀려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리 농업인은 식량을 생산해 우리 생명을 유지해 주는 생명산업의 주역이지만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번 농업인의 날이 막대 과자를 주고받는 국적 불명의 빼빼로 데이가 되기보다 농업인들이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되찾는 날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엄태범 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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