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장석]성폭행 경관이 18차례 표창 받았다니…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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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강간을 일삼은 경찰관이 ‘우수 경찰’ 표창을 수시로 받았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근무지 주변에서 30, 40대 부녀자들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돈을 뺏어 온 혐의로 지난달 말 구속된 경기 고양경찰서 원당지구대 이모(39) 경사.

1989년 순경으로 임용된 이 경사는 이듬해 처음 표창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월까지 1년에 한 번꼴로 모두 18차례 경찰 표창을 받았다.

“2년에 한 번 표창 받는 게 보통”이라는 경찰청 간부의 얘기대로라면 이 경사는 경찰이 인정한 대단히 우수한 경찰이었던 셈이다.

이 경사는 2000년 8월 ‘외근 성적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고, 2004년 10월에는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서 경찰의 날 유공 표창을 받았다. 이 밖에 직속상관이던 김포서장, 일산서장에게서도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이 경사가 구속된 뒤 밝혀진 이면의 진실은 흉악범을 뺨칠 정도로 성폭행과 강도 행각을 일삼은 범죄자라는 것이었다.

그는 8월 말 고양시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뒤 이 여성의 현금카드로 600여만 원을 인출했다. 1월 말과 2월 초에도 같은 장소에서 40대, 30대 여성을 상대로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이 경사는 1997년 뇌물을 받은 혐의로 면직됐으나 행정소송을 거쳐 이듬해 복직됐다. 하지만 근무 태도가 불성실해 근무지가 자주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뇌물 혐의와 불성실’이란 동료와 상관들의 평가와 무관하게 복직 이후에만 경찰청장 표창을 포함해 7차례 표창을 받았다.

이렇게 쌓인 표창이 인사고과에 반영돼 지난해 3월 경장에서 경사로 승진했다.

25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경찰의 허술한 직원 관리가 ‘문제 경찰관’에 대한 표창 남발로 이어지고, 다시 그 경찰관에게 인사고과 혜택을 주는 총체적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감 모습을 지켜본 한 경찰 간부는 “표창은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골고루’ 나눠 주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경찰 인사 관리가 시민에게 비수를 들이대는 흉악한 ‘우수 경찰’을 키워 놓은 셈이다.

황장석 사회부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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