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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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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자이툰부대는 이라크 치안 전력 육성과 인도적 지원, 사회·경제 개발 지원 등을 통해서 주둔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7월 현대건설 등 국내 13개 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코리꾸르디 코리아가 쿠르드 지방정부와 23조 원이 넘는 재건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자이툰부대에 대한 현지인들의 감사 표시인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 주둔해 달라고 부탁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라크전쟁의 ‘부도덕성’을 이유로 조속히 철군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라크의 비극’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부시 행정부가 전쟁 명분으로 삼았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사실이 아니었음은 밝혀졌고, 전쟁 발발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을 변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 전쟁의 출발점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을 계속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이라크의 비극적 상황을 개선하는 동시에 우리의 국익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라크에서 안바르 주는 저항세력의 주요 거점이었다. 그런데 이 안바르 주에서 최근 이라크 주민들이 미군과 협력해 알 카에다에 저항하며 치안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런 시도를 확대하며 궁극적으로 이라크 스스로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준 후 명예롭게 철군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한국군은 안전한 지역인 아르빌 주에 주둔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지인들의 간곡한 부탁을 뿌리치고 안위만을 염려해 자이툰부대를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6·25전쟁 당시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한국이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아프간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44개국이며, 레바논에 파병한 국가도 30개국이다. 또한 이라크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가 현재 26개국이다. 이렇듯 많은 국가가 연대해 여러 분쟁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는 양상은 탈냉전 이후 도래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해외 파병이 외교안보정책의 주요 수단이 돼 버린 시대적 흐름을 보여 준다. 이제 우리는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미동맹 같은 국가 간 상호협력 관계를 도덕적 잣대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미동맹에 내재된 빛과 그림자의 양면성을 받아들이면서 능동적인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하는 것만이 국익을 실현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한국은 분단국으로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방위백서에서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주장하며 동북공정을 시도하는 중국, 그리고 러시아 같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이런 한국이 향후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처하고 통일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깊이 성찰해야만 한다.
정상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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