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단일화劇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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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대통령 선거를 27일 남겨둔 2002년 11월 22일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이틀 뒤 여론조사를 실시해 4.6%포인트 앞선 노 후보로 단일화를 이루었다. 대선 전날 밤 정 씨 측이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노 후보는 이미 단일화 효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뒤였다.

▷‘단일화의 추억’이 5년 만에 되살아나고 있다. 어제 대통합민주신당의 이해찬 한명숙 두 경선후보가 역시 여론조사를 거쳐 이 후보로 단일화를 이뤘다. ‘친(親)노무현’ 후보로 분류되는 3명 중 유시민 후보를 빼고 일단 두 사람이 오늘 시작되는 본경선 릴레이 투표 직전에 합친 것이다. 5일 발표된 컷오프 예비경선에서 이, 유, 한 씨가 얻은 득표율을 다 합치면 손학규 정동영 후보를 모두 제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인단이 공깃돌도 아닌 만큼 몽땅 가져갈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유 후보는 “나는 단일화하러 경선에 나온 실없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물론 그의 언행이 일치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 한 씨는 별도의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뒤진 쪽이 앞선 쪽을 밀기로 했다지만, 사흘 전 ‘리얼미터’라는 기관이 조사한 ‘통합신당 예비후보 5인 선호도’를 보면 이 씨(6.9%)가 한 씨(9.0%)보다 낮았다. 그들 앞은 손학규(25.2%) 정동영(16.9%) 유시민 씨(14.7%) 순이었다. 이 조사대로라면 5등이 4등을 퇴출시킨 셈이다. 그리고 3등까지 퇴출시켜 1등이 되려는 모양이다.

▷리얼미터가 이명박 문국현 권영길 조순형 씨 등을 포함해 조사한 지지율에서도 이해찬 씨(3.6%)는 이명박(53.4%) 손학규(9.2%) 정동영(6.6%) 유시민 씨(6.2%)보다 처졌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김대중, 노무현 전·현직 대통령 중에 누구도 비토(거부)하지 않는 사람은 나야. 몇 차례의 단일화극(劇)만 잘 연출하면 차기(次期)는 내 차지야.’ 이것이 이해찬 씨의 정치공학일 것이다. 그럼 유권자들은 꼼짝없이 이 씨의 포로가 돼야 하는가. 이것이 문제로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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