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패한 지역균형정책 ‘말뚝 박기’

  • 입력 2007년 9월 12일 2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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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제주 혁신도시 기공식에 참석해 “균형발전정책이 앞으로 위축될 수도 있고 멈춰 버릴 수도 있다. 어느 정부도 흔들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을 지킬 지방의 시민조직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자신의 임기 중에 진정한 균형발전 효과보다는 수도권 경쟁력 저하, 지역 땅값 폭등, 국내투자 위축 등 부작용을 더 많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정부의 정책에까지 ‘못질’하려는 태도다.

정부는 매년 5조 원의 혈세를 퍼부어 이른바 균형발전정책을 밀어붙였지만 균형도, 발전도 이루지 못했다. 전국에서 혁신도시, 기업도시 같은 각종 개발공사 판을 무분별하게 벌이면서 수도권은 규제로 묶어 후유증만 키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도권의 경쟁력 저하는 자본과 두뇌와 기술의 해외 이탈을 부채질해 결국 지방의 발전도 저해하고 국가 전체의 파이를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불과 2시간 거리에 중국의 산업지대가 널려 있는데, 좁은 나라에서 수도권과 지방을 가른다는 것은 난센스다.

근본적으로 경제의 활력을 높여야지, 면밀한 타당성 검토와 충분한 준비 없이 도시개발 계획을 남발하면 전국 차원에서는 제로섬이 될 뿐이다. 아니,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 땅값이 폭등함에 따라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른바 혁신도시가 기존도시의 인구와 상권을 잠식할 우려도 있다. 그래서 일단 성공 사례를 만든 뒤 모델을 다듬어 가며 하자는 대안이 나왔지만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20일 경북 김천, 다음 달 대구에서도 혁신도시 ‘말뚝 박기’가 이어진다. 정부는 다른 도시에서도 기공식을 앞당기려 했지만 토지보상이 더뎌 연기했다. 노 대통령은 “다소 서두르는 감이 있는데…”라며 조급하고 무리한 추진을 시인하면서도 “임기 안에 첫 삽을 뜨고 말뚝을 박고 대못을 박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신도시 개발을 내용으로 하는 균형발전정책은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수도권 규제 완화와 함께 다시 논의돼야 한다. 혁신도시는 연내 착공도, 2012년까지 건설도 빠듯하다. 토끼몰이 하듯 ‘임기 말 말뚝 박기’를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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