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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4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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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한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캘리포니아 주 남쪽 끝부터 워싱턴 주 북쪽 끝까지가 서울∼부산 거리의 5배라는 설명을 듣고서다. 광활한 국토와 엄청난 자원을 가진 나라가 많은데 콩알만 한 한국이 스포츠에서 종종 1위를 하고 수출도 세계 10위권이라니 놀랍다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면 한국이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 새삼 느낀다. 미국의 영토는 한국의 100배고 경제규모(2006년 국내총생산 기준)는 14배다. 인구는 3억 명이 넘고 대학교는 3000개가 넘는다. 한국에서는 연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가 열린다지만 미국에서는 한미 FTA에 대한 기사도 거의 없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기분 나쁘지만 그만큼 관심이 적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에 대해서는 미국인들의 태도가 다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인도가 정보기술(IT) 서비스의 메카로 부상하면서 2000년 이후 미국에서만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 이들의 추산이다(새로 생겨난 일자리는 셈에 넣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교육 수준 높고 임금은 10분의 1인 중국, 인도에 모든 일자리를 빼앗기고 말 것이라며 야단법석이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엄살’이다.
한국은 어떤가. 반도체 전자 자동차 철강 등 현재 한국의 주요 산업들은 1970, 80년대까지 미국이 최강이었다. 한국은 선진국에서 배운 기술에 비교적 저렴한 노동력을 결합해 세계 시장에 진출했고 성공했다. 그러나 중국이 어마어마한 규모와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 미국이 이들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은 것처럼 우리도 언제 그럴지 모른다. 대량생산으로는 승산이 없다.
해답은 ‘비즈니스 국가’에 있다. 국민 각자 비즈니스 마인드가 넘치고, 정부와 사회는 사업을 장려하며 사업가를 최고로 여기는 나라다.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단순 제조업 단계를 지나면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바쁜 대기업이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에 일자리를 기대하는 것보다 스스로 사업 기회를 잡는 편이 가능성이 높다.
급변하는 시대에는 유연함과 신속함이 제일이다. 든든한 직장이나 자격증 하나로 평생 편안하게 살려다가는 금세 떨려 나고 만다. 엔지니어 교육자 의사 변호사 농어민도 참신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접근하려는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사는 건 한국의 운명이다. 자칫 잘못하면 화(禍)를 입지만 잘만 하면 더없는 기회다. 성장하는 중국 인도 기업들에 경영 컨설팅과 금융, 법률, IT 서비스를 팔고, 고가의 장비와 핵심 부품들을 수출하며, 미국 중국 일본인들에게 질 높고 저렴한 의료 관광 서비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꽤 먹고살 수 있을 것이다.
사업가적 생각과 경험을 격려하는 사회라야 대국들의 각축장에서 민첩하게 국익을 도모할 수 있다. 국제무대에서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먹고살려면 창의적 교육과 국민 1인당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 1개씩도 빠뜨려선 안 된다.
이렇게 한다면 앞으로 30년 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지금의 40대들도 여유롭게 해외여행을 하면서 “한국은 역시 대단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신연수 특집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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