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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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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리더십-교사 역량 높이고
일본에서 교육 문제에 문부성보다는 총리실이 주도권을 쥐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현실 정치적 요인이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문부성의 정책이 대중적 불만의 초점이 되어 있으며 이를 총리실이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2002년 일본 문부성의 학습지도요령은 1970년대 이래 일본 교육을 이끌어 왔던 이른바 ‘여유(유토리)교육’의 이념과는 별개로 ‘자유화 개혁’의 성격을 지녔다. 즉 국가 교육 정책은 최소의 수업시간과 필수조건만을 정하고 그 나머지는 ‘자율’에 맡긴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일본의 총리실이 주도하는 학습량 증대 중심의 개혁안은 교사, 학생, 단위 학교의 자율을 확대한 문부성 중심의 2002년 교육 과정 개혁 정책의 정치적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다.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습성취도 평가에서 최우수를 자랑하지만 학교의 수업시간은 일본의 2002년 학습지도요령 수준보다 더 적다. 외형상 이를 따라간 일본식 교육과정 자율화 정책은 왜 실패하였을까. 두 마디로 요약하면 교사, 학생, 단위 학교들에 주어진 자율이 그 효과를 의심받은 것이며, 또한 자율을 책임 있게 행사할 일본 교육계의 총체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2002년 일본 문부성의 교육 과정 개혁은 1995년 5·31 교육개혁안 이후의 한국 교육 개혁에 자극받고 영향받은 바가 큰 내용이며 그와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여기에 우리가 한번 숙고해야 할 점이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한발 앞서 이러한 학습량 축소, 그리고 교사 및 단위학교에 좀 더 많은 자율성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이에 앞서 마땅히 전제가 되어야 할 교장의 리더십과 교사의 학습지도 역량을 높이기 위한 대책은 완전히 빠져 있거나 지지부진했다. 교사 평가 정책의 부진, 역량 있는 교장의 충원 방안에 대한 저항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교육계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관료주의적 평등 논리와 교사 중심의 집단주의를 그대로 놔둔 채, 학습량과 학습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자율성을 지향하는 교육 정책은 회복할 수 없는 학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능 키울 대안 진지하게 고민을
우리 교육의 병폐를 교육계 밖에서는 ‘평준화 교육’ 또는 ‘하향 평준화’라는 한마디 말로 축약하고 있다. 평준화된 고교가 교육계의 관료주의적 평등 논리와 교사 중심의 집단주의의 상징적인 모습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은 이제 평준화 교육의 요란한 비판을 넘어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할 평준화 교육의 대체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해답은 개개의 인간이 지닌 고유한 재능을 북돋고 키우겠다는 목표와 관심이 우리 학교 제도와 정책, 그리고 교사들의 직업정신에 최우선 순위로 스며 있어야 한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이것이 본래의 교육적 이상이다. 지난 10년의 교육 개혁 기간에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점점 더 이와 멀어져 왔으며, 결과적으로 인간의 재능을 억압하는 쪽으로 움직여 왔다.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수 교육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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