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대통령, 또 선거법 위반에 수사지침 내리나

  • 입력 2007년 9월 2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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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막말 잔치를 벌일 때마다 이를 일일이 반박하기도 솔직히 지겹다. 그러나 그가 PD연합회 창립기념식 축사에서 한 발언은 중대한 법률 위반 행위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그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의혹이 있다고 하는데 진실이 어느 것인지 추궁하지 않는다. 우리는 위장 전입 한 건만 있어도 장관이 안 된다”며 언론을 비난했다. 민주신당 손학규 예비 경선후보 캠프에 대해서는 “범여권으로 넘어온 사람한테 줄 서 가지고 부채질 하느라고 아주 바쁘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건너가면 안 되고 그 사람은 건너와도 괜찮냐”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를 규정한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 기간에 이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를 비난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세 차례나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영상 메시지만 보내 달라는 모임에 직접 찾아가, 자신의 말대로 ‘실물’을 보여 주며 고의적으로 선거법을 위반했다.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법치주의 원칙을 거듭 훼손하는 노 대통령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이번에도 경고만 하고 말 것인가.

노 대통령은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권력형 비리 의혹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배후 관련 보도에 대해 “요즘 깜도 안 되는 의혹이 춤을 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산지검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고 재수사에 나선 사건에 대해 검찰 간부 인사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깜이 안 된다’ 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터질 때마다 언론 탓을 하며 습관적으로 비호 발언을 하는 모습에서 대통령이 갖춰야 할 공정성이나 균형 감각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주의 생각보다는 정부 조직 기능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대목은 민주국가의 지도자로서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었다. 언론에 대한 막말은 노 대통령의 편집증 같은 것이라서 더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인식과 말의 결함을 이 나라의 법과 제도로는 고칠 수 없는 것인지 답답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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