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화]이제는 ‘외양간’을 고치자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최초의 대규모 납치사건에 온 국민과 정부가 한마음이 되어 노력을 기울인 끝에 피랍자의 안전한 귀환이 이뤄지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민 1000만 명 출국 시대를 맞은 지난해의 경우 해외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5632건의 범죄가 발생해 41명이 숨지고 85명이 납치되고 1480명이 강도 및 절도의 피해자가 됐다. 테러도 잇따랐다. 올해 2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로 윤장호 하사가 사망했고 나이지리아에서만 무장단체에 의한 3건의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위험국 여행땐 경비회사 활용

앞으로도 해외여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테러나 국제범죄로 인한 피해도 이에 비례하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의 안전문제와 관련해 법과 제도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 범죄학의 화두는 범죄 예방이다. 범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사후에 어떤 보상도 피해자의 고통을 치유할 수 없다. 해외에서의 안전대책도 마찬가지다.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으로 구별해 국민의 기본권과 정부의 보호대책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우선 해외에서의 안전책임은 원칙적으로 개인이나 단체나 기업에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한국정부의 권한은 국경을 넘어서는 행사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예방대책은 여행지의 안전에 대한 정보 제공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개인이나 단체나 기업은 위험지역에 한국정부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으므로 민간경비회사나 보험을 통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민간회사는 필요하다면 계약에 따라 개인 경호를 제공할 수 있다. 납치사건이 발생하면 협상과 몸값 지불이 가능하다.

안전대책을 마련했음에도 테러나 국제범죄의 피해자가 됐다면 우선은 민간회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몸값 등 필요한 비용은 보험사를 통해 지불하면 정부예산 지출과 관련한 시비가 없어진다. 정부는 외교적 노력이나 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한국인이 안전하게 석방되도록 노력해서 민간회사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국민을 보호한다는 목적 아래 위험국가에 입국하려는 개인의 여행자유 권리를 제한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제화 시대에 해외에서의 순수한 봉사활동이나 경제활동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권장해야 하는 덕목이다.

세계적으로 약 4만 명의 민간인이 오지나 위험지역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빈곤, 질병, 차별을 퇴치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해 두 개의 미국 건설회사가 14억 달러 상당의 도로, 발전소, 수도건설 공사를 수주했고 중국의 통신설비회사인 ZTE가 6500만 달러의 광케이블 공사를 맡는 등 테러 위협을 무릅쓰고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사업을 하고 있다.

해외 안전문제 제도 정비해야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경제적인 활동과 국제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현실과 안전의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해외에서의 안전책임은 여행하는 각자에게 있음을 상기하고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특히 위험국가로 입국하는 경우에는 민간회사를 통해 대비해야 한다.

국가는 사전에 해외에서의 범죄나 테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민간에 제공하고 범죄나 테러가 실제로 발생하면, 영사 서비스와 외교적 지원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분야로 역할의 한계를 짓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이번 피랍사태를 개인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권리와 정부의 책임이 균형을 이뤄 안전하고 자유로운 해외활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종화 경찰대 교수·경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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