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불편한 한미관계’ 교민사회에도 불똥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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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교포들은 “한국 공무원들을 만났다간, 잘못하면 큰코다친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미국 영주권자인 박일우(58) 씨가 미국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사건(본보 21일자 A13면 참조)을 염두에 둔 말이다.

사업상 북한 왕래가 잦았던 박 씨는 미국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 북한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이에 관해 미 사법 당국에 거짓 진술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FBI가 ‘동맹국 공무원을 만나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자국 영주권자를 체포한 일이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는 표면 아래에 ‘숨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한미관계에 정통한 뉴욕의 한 소식통은 “이 사건은 한미 간 신뢰가 상실됐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최근 한미관계에 큰 갈등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에선 정보 파트를 중심으로 ‘한국 정부는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점차 굳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사태도 그 같은 불신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박 씨가 체포되기 1개월 전부터 미 당국자에게서 ‘한국 교포사회를 주시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바꿔 말하면 이번 사건은 재미교포들에게 ‘미국 정부가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 한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 함부로 정보를 주거나 협조하지 말라’는 사실상의 경고라는 얘기다.

뉴욕의 다른 소식통은 FBI가 본부 차원에서 박 씨 사건 수사를 주도한 점을 확인했다며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의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조용하게 처리하지 않고 적극 ‘홍보’한 점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사건 1보가 AP통신에 뜨자마자 미 국무부 산하기관인 뉴욕외신기자센터는 모든 외신기자에게 법무부 측 설명을 담은 보도자료를 신속하게 e메일로 보냈다. 전에 없던 일이다.

반면 뉴욕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과연 미국에 얼마나 가까운 친구일까. 한미동맹이 흔들린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새삼 이런 의문이 든다. 어쩌다가 재미교포마저 불편한 한미관계의 여파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는지 곰곰이 되돌아보고 양국 간 오해를 빨리 풀어야 할 것 같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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