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경모]교육현장 갈증 푼 새 경제교과서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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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과서는 국정 체제이지만 경제 단원이 편성된 중고교 사회과 교과서는 검인정 체제로 발간된다. 검인정 과정을 거친 복수의 교과서는 단위 학교에서 해당 교과 교사들의 협의를 거쳐 하나가 채택된다.

학교의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다양한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교과서의 외형 체제에서부터 사진과 그림 등 자료의 적합성, 학생의 가독성 등이 그 예이다.

교과서 선정 과정에 참여해 본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어떤 교과서가 단원별 내용을 쉽고도 충분하게 설명하느냐 하는 점이다. 본문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충분하고 이와 관련한 예시가 많은 교과서가 큰 호응을 받는다는 말이다.

이것저것 마땅치 않아서 교과서 없이 수업하거나 이전 교육과정의 교과서를 다시 사용하는 일은 다소 극단적인 형태에 속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점에서 충분한 설명과 예시, 그리고 자료를 담은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서 갈망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잘 드러낸다고 생각된다.

올해 초 간행된 차세대 경제교과서는 교육 현장의 수요를 반영했다. 제한된 지면에도 불구하고 학습의 절차를 예시적으로 강조하는 바람에 더욱 어려워지고, 그래서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경제교과서를 지양했다. 참고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충분하고도 풍부한 본문과 자료를 담은 교과서를 만들려고 했다.

차세대 경제교과서는 헌법적 질서로 우리가 선택한 시장경제체제의 제도적 측면에 대한 설명을 보완하고, 편파적으로 오해할 수 있는 특정 경제 집단에 대한 내용을 수정했다. 또 개별 경제개념의 설명 과정에서 사실적인 측면은 물론 이론적인 측면에서 불충분한 정보를 보완했다. 경제이론뿐만 아니라 경제생활과 관련한 주제도 보강했다.

교과서만으로 교사가 경제수업을 계획할 수 있고, 교과서만으로 학생 스스로 예습과 복습이 가능한 내용은 수업과정을 염두에 둔 결과다. 다양한 읽기자료와 본문과 직접으로 연계된 탐구활동, 그리고 체험 경제활동의 예시 등은 이런 목적에 부합할 수 있다.

차세대 경제교과서는 학교 현장은 물론 대학의 강의 담당자나 일반인을 위한 경제교육의 교재로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경제교과서로서는 보기 드물게 4만여 부를 학교 현장에서 신청했다. 이를 계기로 전경련은 내년 1학기부터 중학교에서 활용 가능한 경제교과서를 발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 부분적으로 수정된 새로운 교육과정을 생각하면 매우 시의 적절한 시도이다. 현행 제7차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 편성된 경제교육 내용이 새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3학년의 사회교과서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중학생용 경제교과서는 이제까지 다루지 않은 내용을, 중학생의 생활세계와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는 경제교육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일본에서는 투자와 금융 교육을 강조하는 새로운 경제교육이 적용되고 있다. 중국에서조차 기업가 교육과 창업 교육, 금융과 투자에 대한 경제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교과서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 제시는 경제교육을 질적으로 한 단계 더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질 높은 경제교과서와 경제교육은 서로 다른 대안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경모 경상대 교수·사회교육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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