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운명의 장난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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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시간 전에 착수(흑 ‘가’)를 했는데 계시기는 “열”을 불러버렸다. 버튼 불량이었다. 당연히 이현욱 6단이 이의제기를 할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황당한 사태에 당황한 나머지 벌개진 얼굴로 시간패를 인정하고 판을 거뒀다. 평소 싹싹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미루어 새내기 후배 앞에서 설왕설래하는 모습을 구차하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모든 승부는 대국 현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그 자리에서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뒤늦게 문제를 삼는 것은 버스 지나간 뒤 손을 흔드는 격이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 대비해 심판격인 입회인을 두는데 이날은 입회인도 없었다. 차제에 한국기원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최기훈 초단은 행운의 시간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마무리가 미숙했다. 백 112가 터무니없는 수로 참고도와 같이 두었으면 뛰어든 흑대마를 깨끗하게 잡고 뒷말 없는 승리를 거두었을 것이다. 안될 사람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고 될 사람은 쇠똥을 밟아도 동전이 나온다고 했던가. 초단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해 본다. 120수 끝, 백 시간승.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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