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배극인]‘전경련 경제교과서’를 또 내는 까닭은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서구에서 좌파-우파 논쟁의 뿌리는 프랑스혁명 정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혁명이 내건 ‘자유 평등 박애’ 가운데 자유는 경쟁→시장→경제라는 개념으로 진화해 오늘날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평등과 박애의 정신은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밑거름이 되었지만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 경제학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혁명 후 200여 년이 지난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신임 대통령은 “평등한 프랑스는 잊어라”며 더 일하고 더 벌자는 ‘사르코노믹스(Sarkonomics)’를 천명했다. 그는 또 “경쟁만이 프랑스의 살 길”이라며 교육 개조에 나섰다. 프랑스혁명 정신 가운데 21세기 국가 생존 전략으로 자유를 가장 중시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사르코노믹스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 배경은 살펴봐야 한다.

시장경제의 핵심인 경쟁을 회피한 프랑스는 현재 고비용, 저효율, 저성장, 고실업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1981년 세계 7위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17위로 추락했다. 사회 전 분야에서 노조가 맹위를 떨치며 ‘철밥통’을 지키려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고등학교에 이어 중학교 경제교과서도 펴내기로 했다(본보 20일자 A1·14면 참조). 결정적 이유는 시장경제에 대한 절박한 위기감 때문이다. “신입사원 면접을 해 보면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각에서 경제를 이해하고 있다”는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말은 상황의 심각성을 잘 보여 준다.

시장경제체제를 표방하는 한국에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시장경제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이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회로 내보내진다면 개인의 불행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부담이 된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복지도 공염불이다.

정부는 올해 5월 전경련과 고교생용 경제교과서를 펴낸 뒤 일부 세력이 반발하자 일선 학교 배포 방침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 교과서는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만큼 제대로 된 시장경제 교육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는 얘기다.

정부와 정치권, 여러 사회단체는 ‘전경련 경제교과서의 인기’가 던져 주는 메시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프랑스마저 변신의 노력을 하는 세상이다.

배극인 경제부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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