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 이사람]프로야구 SK감독 김성근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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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승부사 당초 올 시즌 프로야구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SK를 정규리그 단독 선두로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 한 경기에 투수를 너무 많이 출전시켜 ‘벌떼 투수’ ‘투수 혹사’ 등 비난도 듣고 있지만 그는 “나만의 방식으로 우승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독한 승부사 당초 올 시즌 프로야구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SK를 정규리그 단독 선두로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 한 경기에 투수를 너무 많이 출전시켜 ‘벌떼 투수’ ‘투수 혹사’ 등 비난도 듣고 있지만 그는 “나만의 방식으로 우승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프로야구 SK의 김성근(65) 감독. 그는 지쳐 보였다. “외롭다”고도 했다. 전날 홀로 숙소를 빠져 나와 맥주 두 병을 마시고 들어왔다. 이만수 코치를 부를까 생각도 했지만 참았다. ‘외롭지만 홀로 견뎌 내야 하는 게 감독’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감독은 당초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SK를 단독 선두에 올려 놨다. 하지만 ‘벌떼 투수진’ 등 그의 지도 스타일에 대해 말이 많다. 김 감독을 12일 대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김 감독은 이날 2시간이 넘게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투수 혹사시킨다고? 우리의 팀 컬러일 뿐!

○ “팀 컬러 갖고 왈가왈부해서야…”

김 감독은 “우리가 가진 투수진으로는 잦은 교체가 최선이다. 그건 잘하고 잘못하는 게 아니라 색깔이 그런 것이다. 팀 컬러 갖고 옳다느니 그르다느니 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작전상의 잦은 투수 교체가 ‘벌떼 투수’ ‘투수출첵(출석체크)’ ‘투수혹사’로 불리는 게 불쾌하다는 뜻.

김 감독은 많은 훈련과 실전 등판에서 투수의 잠재력이 발휘된다고 했다. 그는 “옛날에 정명원 오봉옥에게 500개를 던지게 하고 (포수)미트에서 10cm만 벗어나도 호되게 야단을 쳤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그들이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전과 후보 간 무한 경쟁 때문에 주전들이 타격감각을 잃어 스타급 선수가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SK 선수는 모두가 스타다. 무한경쟁은 정규시즌 내내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갖게 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다. 고정멤버가 있으면 주전과 후보 간 반목이 생긴다”고 말했다.

○ “올해 우승하면 은퇴도 생각하고 있다”

김 감독은 “솔직히 시즌 전에 지금처럼 잘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막연한 목표만 세워 놨는데 그 목표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장과 신진 간에 차별 없이 기회를 주고 우승을 향한 공동의 목표의식을 확고히 심어 준 것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김 감독은 “하반기도 쉽지 않겠지만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이 목표”라면서 “그 목표를 이루면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지만 올해 은퇴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내내 ‘오늘 하루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1969년 마산상고를 시작으로 올해로 지도하는 일만 38년째. 프로야구 최고령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마음은 안 늙었다. 젊은 사람은 나이가 아니라 창의력, 창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분홍 셔츠에 물 빠진 청바지, 양말을 신지 않은 구두차림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올해 목표라는 그에게 2002년 한국시리즈를 물었다. 당시 LG 감독이던 그는 편파판정 논란 속에 삼성에 석패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서운한 점도 있고 뭔가 우리나라 야구는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기느냐도 중요하지 않겠는가.”

대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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