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다롄 ‘투자유치 드라마’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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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중국 다롄(大連) 시에서 나올 뉴스 한 토막.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미국의 인텔이 3년 만에 완공한 공장에서 300mm 웨이퍼 반도체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 공장 덕분에 일자리가 5000개 생겨났다. 인텔을 따라 다롄에 투자한 반도체 관련 기업도 80개에 이른다.’ 세계 20여 개 도시가 치른 예선과 인도, 이스라엘, 중국이 치른 결선까지 3년 이상 걸린 유치 경쟁에서 승리한 다롄은 이런 영예를 누릴 자격이 있다.

▷25억 달러(약 2조3700억 원) 규모의 인텔공장 유치에 장애물도 많았다. 미국 정부는 첨단기술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반도체 공장의 중국 진출을 금지했다. 그러자 인텔 측이 나서서 미국 정부를 설득했다. ‘기업의 요구는 다 들어준다’는 다롄시의 친(親)기업 마인드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롄 시는 인텔이 제시한 ‘24시간 물류 통관시스템 가동’ 같은 까다로운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인텔이 공장 용지가 아닌, 그 옆의 땅을 원하자 다롄 시가 학교와 주택을 이전시켜 가며 바꿔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중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인텔의 투자 후보지로 꼽힌 적이 있다. 그러나 인텔 측은 “한국은 노사분규가 많아 공장이 며칠이라도 쉬게 될까 봐 불안하다”고 했고, 해고가 어려운 점도 지적했다. 적지 않은 대기업 노조가 민주노총의 강경 투쟁 방식에서 이탈하기도 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씻어 내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인텔의 까다로운 요구를 중국처럼 화끈하게 들어줄 한국 정부가 아니다. ‘다롄 드라마’는 지금 한국에선 연출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외자유치 실적은 34억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31% 감소했다. 중국과는 실적 격차가 워낙 커서 비교조차 포기한 상태 같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경제는 마찬가지로 굴러간다고 무책임하게 말하는 현직 대통령, 외국인 투자유치가 절실하다면서도 규제를 늘리는 정부, 외국인 자본에 대한 반감(反感)을 드러내는 편협한 민족주의 정서 등의 합작품이다. 차기 정부는 이런 상황과 분위기를 깨 줄 정부여야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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