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센터출신 지도자’ 왜 적을까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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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농구 스타 한기범은 최근 안부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연예인들의 희귀병을 다룬 한 TV 프로그램에 자신의 예전 자료 화면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205cm의 한기범이 거인병으로 불리는 혈관계 희귀 질환인 ‘마르판증후군’에 걸려 수술까지 받았다는 내용.

한기범이 수술대에 누운 것은 2000년의 일이다. 아버지와 동생이 모두 같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뒤 심장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게 된 것이었다.

7년도 지난 일이 새삼 관심을 모으면서 한기범은 인터넷 검색어 랭킹 1위에 오르는가 하면 누리꾼의 댓글이 쏟아졌다.

“요즘 건강하다”고 근황을 밝힌 한기범은 중앙대 코치와 한국농구연맹(KBL) 경기 감독관, 키 크는 농구 교실 운영 등을 거쳐 2년 전부터는 코트를 떠나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서 카센터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1년 선배 한기범과 함께 중앙대와 아마추어 기아에서 ‘쌍돛대’로 활약한 김유택도 2년 전 명지고 코치를 끝으로 TV 해설가 같은 야인 생활을 하고 있다. 절친한 선배인 이충희 감독이 올해 5월 오리온스 사령탑으로 영입됐을 때 코치가 유력했지만 프로 코트 입성은 무산됐다.

이들은 현역 시절 최고 센터로 우승을 밥 먹 듯했지만 1990년대 후반 은퇴 후 지도자로서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지도자로서의 성공 여부는 물론 개인의 지도력과 성품 등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기회를 잡으려면 농구 코트에서 중시되는 인맥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데 한기범, 김유택은 이런 부분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키 큰 사람은 싱겁다’라는 말이 있듯 장신에 대한 사회의 편견도 아직은 커 보인다.

프로농구 10개 팀 지도자 25명 가운데 센터 출신은 LG 신선우, 삼성 안준호 감독과 전자랜드 박종천 코치 정도다. 신 감독과 안 감독은 오히려 포워드에 가깝다.

센터들은 수비와 리바운드 같은 궂은일을 도맡기에 흔히 ‘블루칼라 워커’로 불린다. 이런 평가는 유니폼을 벗고도 계속될 때가 많아 팬들을 안타깝게 하는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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