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정석의 선택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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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17로는 참고도 1로 달리는 게 보통이다. 그러면 흑 17까지가 정석. 그러나 진동규 3단은 이를 비틀었다. “참고도보다 실전이 더 낫다고 봤다. 참고도는 흑이 후수인데 비해 실전은 백 40까지 흑이 선수를 잡아 41의 요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정석은 선택이다. 수많은 정석 중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정석을 무시하고 새로운 수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석을 배운 뒤에는 잊으라고 조언한다. 인생에 모범답안이 따로 없듯 바둑도 매한가지다. 정석의 정해진 수순만을 좇는 것은 자동차 생산라인의 조립로봇과 다를 바 없다. 바둑을 일컬어 왜 인생의 축소판이라 하겠는가. 매 순간이 선택(착점)이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흥망성쇠가 좌우된다. 하루하루 크고 작은 숱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게 삶이다.

백 22에 흑 23은 팻감을 먼저 만드는 용의주도한 수다. 흑 25로 바로 패를 걸면 백은 24에 받지 않고 26, ‘가’로 ‘빵빵’ 때려버릴 것이다.

흑 41까지 진 3단은 내심 만족하는 눈치다. 목진석 9단도 불만이 없다. 정석 하나로 판이 결딴나진 않는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29-19의 곳)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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